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출산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이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명이 0.5명을 낳으니 멸종의 길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말하기도 했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니 과한 말도 아니다. 이처럼 낮은 출산율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배넷이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와 최근 진행한 '출산·육아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5명(54.1%)은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의견을 2순위로 택한 비율도 22%에 달했다.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됨’(1순위 11.4%, 2순위 27.3%),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1순위 13.7%, 2순위 21.9%) 등의 의견이 뒤따랐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출산장려정책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25.2%)’과 ‘매우 부정적(15.6%)로 부정적인 응답이 다소 높았다. '제도는 좋으나 회사에 눈치 보이고 경력에 악영향을 줄까 봐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육아휴직제도 역시 ’부정적(25%)‘와 ’매우 부정적(11.7%)가 높았는데 이 가운데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으로 불리한 처우를 직접 당했거나 주변인을 통해 본 적 있다’라는 응답이 64.4%에 달했다.
출산과 육아를 하려면 일을 쉬어야 하기에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출산장려정책은 회사에 눈치가 보이고 경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활용이 어렵다. 또 육아휴직제도 역시 사용 시 불리한 처우를 당한 경험이나 사례를 목격했기에 사용이 쉽지 않은 것이다.
한편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유연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한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노동부는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적을 때는 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근로 총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노동부는 강조했으나 많은 근로자 사이에서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어 정부는 현재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이 소식을 전하며 “긴 노동시간은 한국의 최저출산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 한국대표부는 OECD 주요국 출산율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자리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제도를 늘리는 것 등이 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했다.
물론 제도는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주당 최대 35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2020년 실시한 일·가정양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제도를 활용한 근로자는 6.4%였다. 정부는 육아기 부모 및 사업주 대상으로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원했다고 밝혔지만 100명 중 6명만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근로 환경이나 경제적 부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집값이나 양육 부담 등의 원인도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워킹맘에게 부담이 생길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새벽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서는 엄마가 많다. 퇴근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조금만 더 맡아 달라고 사정한다. 있는 제도도 활용할 수 없는데 법정 근로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할 수 없는 워킹맘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런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힘든 길을 가고 싶을까? 최근 정부에서 아이돌봄에 관해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대환영이다. 하나 일하는 엄마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 또한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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