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작 2016. 5.18~7.2
홍종찬(연출), 노희경(극본)
출연: 고현정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박원숙 윤여정 주현 김영옥 신구
[맘스커리어=권지현 기자] 바쁜 직장생활, 이보다 더 전쟁인 육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에게 잠깐 휴식은 '힐링'과도 같습니다. 워킹맘들에게 잠깐의 쉼표가 될 도서,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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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tvN |
2016년 방영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의 삶을 내세운 작품이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황혼 청춘의 삶을 소재로 했고, 그 흔한 20대 청춘스타로 없었던 터라 방송 전부터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전 연령대 시청자들의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새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종회에서는 평균 8%대 시청률을 찍었다.
이 드라마는 노년의 삶을 주로 내세웠지만, 그 안에 다양한 가족 형태와 연인의 사랑, 친구들의 우정,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등 가지각색의 감정과 인간관계를 다룬다.
극 중 인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다. 4차원 독거 소녀 조희자(김혜자), 세계일주 꿈나무 문정아(나문희), 깡패 엄마 장난희(고두심), 쿨내 나는 원조 스타 이영원(박원숙), 순수 꼰대 처녀 오충남(윤여정), 황혼의 로맨티스트 이성재(주현), 방랑할매 오쌍분(김영옥), 짠돌이(김석균) 등이 그렇다. 그간 드라마에서 봐왔던 백마 탄 왕자나 신데렐라 공주는 없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생생한 삶은 우리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로 다가온다.
남편과 사별한 희자는 치매 증상을 보인다. 외로움에 사무쳐 자살 시도까지 한다. 그렇다고 아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정아는 무뚝뚝하고 돈 안 쓰는 남편 탓에 고생만 하고 살았다. 세계여행이 꿈이다. 난희는 남편의 외도로 딸 완이(고현정)와 함께 삶을 끝내려 했다. 트라우마다. 이혼한 영원은 암 투병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망가졌다. 충남은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았다. 돈이 생기면 족족 가족에게 썼다. 이러다 보니 연애 한 번 못 해봤다. 쌍분의 삶도 녹록지 않다. 딸은 과부, 아들은 하반신 불구다. 남편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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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tvN |
난희의 딸 완은 사랑하는 남자 연하(조인성)가 교통사고 당하는 걸 눈앞에서 봤다. 이 사고로 연하는 장애인이 된다. 연하를 떠난 완은 죄책감, 그리움에 시달린다. 그런 완을 연하는 멀리서 바라본다.
이 드라마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가엾다. 다들 상처와 결핍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래도 이들은 서로를 보듬어주고 보호해 주며 사랑한다. 드라마 속 노인은 젊은 청춘 같다. 새로운 사랑에 설레고, 아직 삶이 끝나지 않았다며 꿈과 희망을 품는다. 마음만큼은 20대 청춘인 이들은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며 도와주고 위해준다. 이것 역시 사랑이리라.
노희경 작가의 필력과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유독 빛난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된 '우리들의 블루스'와 마찬가지로 노 작가는 삶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아프게 그려낸다. 어떤 장면에선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노 작가의 글은 착하다.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가 깔려 있다. 사람은 다들 상처와 추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아울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강조하며 결국, 사람을 치유하는 건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부모님이 많이 생각났다”고 입을 모았다. 워킹맘들에게 ‘디어 마이 프렌즈’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 부분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님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우리 부모님은 날 어떻게 키웠을까, 나를 다 키운 우리 부모님은 어떤 마음으로 노년의 삶을 살아갈까. 세상 가장 어려운 일인 ‘육아’를 힘든 내색 없이 해온 부모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러면서 부모님의 남은 삶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또 하나, 워킹맘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인물들이 보여준 사랑 때문이다.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하는 희자, 자식에 대한 애끓는 미안함과 절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난희는 자식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나타낸다.
이들뿐만 아니다. 피로 섞인 가족 관계는 아니지만 희자, 난희, 영원, 충남, 성재가 서로 살뜰히 챙기는 행동의 밑바닥에는 아껴주고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 엄마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자식을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처럼.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지치고 힘든 워킹맘들에게 위로를 준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겐 가장 젊은 한때”라고, “살아있다, 끝나지 않았다”고.
맘스커리어 / 권지현 기자 kjh1030@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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