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 먹고 잘 사는 아이로 잘 키우기! 인생은 파도타기다

이정수 작가 / 2023-11-23 13:10:59
▲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맘스커리어=이정수 작가] 고3 때 담임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말씀하셨다. ‘너희들! 세상에 불만이 많지? 그럼 이 악물고 바꿀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서 바꿔!’ 당시에 이 말을 듣고 되게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내가 그 자리에 가서 바꿔봐야지 하는 열정 가득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흔다섯 살에 10살, 35개월 딸 둘이 생길 때까지 여전히 난 그 자리에 가지 못했다. 

 

얼마 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능 시즌이었다. 뉴스에선 불수능이냐 물수능이냐 오락가락한 예측들이 나오고, 정치권에선 표심을 생각해서 킬러 문항을 넣고 빼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에 따라 사교육 시장도 이번 수능은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는 로드맵을 내놓기 바빴다. 

 

98학번인 내가 수능 볼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누군가가 바꿔 주길 기다리는 것이 빠른지, 내가 바꿀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이 빠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하지만 난 이제 이걸 바꿀 수 있는 위치까지 가지 않아도 불만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내가 강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던 시절, 뜨거웠던 여름에 울산mbc에 강연을 가게 됐다. 당시에 나의 첫 책 ‘결혼해도 좋아’를 내고 강연을 다닐 때였다. 강연장에 도착했고 mbc의 큰 스튜디오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등에 땀이 흘렀다. 많아서였다. 나이가. 나이대가 평균 70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행복한 부부가 되는 방법… 이미 그런 거 관심 없어진지 오래인 분들인데… 게다가 난 당시 날씨가 너무 더워서 버르장머리 없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한 시간 반을 홀로 그 무대를 채워야 했다.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다.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꾸역꾸역 말하고 있었으나 시간은 더디게 갔다. 그러던 중 객석의 어르신께서 노래나 한 곡하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난 노래 공포증이 있다. 가장 기피하는 프로그램도 도전천곡,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박상철의 ‘무조건’을 열심히 불렀다. 마치 칠순잔치에 온 것처럼 말이다.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달까?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매번이 늘 마지막이고, 어떻게든 좋은 평가를 받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의 울산 강연 아니 칠순잔치는 끝이 났고, 어르신들은 웃는 낯으로 돌아가셨다. 내 강연이 부족해서 노래 요구를 받았고, 부르고 싶지 않았으나 난 노래를 부르고 대신 호응을 얻었다. 이때 알게 됐던 것 같다. 세상이 내 뜻과 같지 않아도 살아나가는 법을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다와 같다. 파도는 잔잔하기도 거칠기도 하며, 심지어 예상도 할 수 없고, 컨트롤할 수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그 파도를 강하게 뚫고 나아가는 것만이 멋진 것이라고 배웠다. 아니다. 파도는 뚫는 것이 아니라 타는 것이다. 어떤 파도가 오던 자연스럽게 타고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럼 덜 힘들게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걸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줄 거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자리에 올라가는 것보다 세상이 어떻든 초연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덜 어려울 거다. 초연해지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생각해 보자. 세상이 무얼 원하든 나는 내가 가진 것 밖에 못 내놓는데, 세상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거칠게 변한다고 허둥댈 필요도 없고, 그저 그 상황에 어떤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를 생각하면 된다. 인생은 파도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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