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정부는 여러 부처의 힘을 모아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김혜원 엄마기자 / 2022-10-26 12:00:31
종합병원 5곳 가운데 1곳은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없어
근본 원인인 '저출산'과 관련한 정책 마련돼야

▲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받는 어린이[사진=Getty Images Signature]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보건복지부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역별 종합병원 필수진료과목 설치 현황자료에 따르면, 종합병원 5곳 가운데 1곳은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가 없었다.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은 208개소.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를 모두 설치한 곳은 120개소에 불과했다. 내과외과소아과를 설치한 곳은 44개소, 내과외과산부인과를 설치한 곳은 43개소, 내과산부인과소아과를 설치한 곳은 1곳이었다.

 

▲ 의료법 제3조의3[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현행 의료법 제3조의3에서는 종합병원 요건이 들어 있는데, 100개 이상 300병 이하 종합병원의 경우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을 포함한 7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해 대한병원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필수 의료 종합대책 수립 관련 제안서100~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에 개설 필수 과인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를 제외하자는 내용이 담겨 의료계 내 반발이 일었다. 병협은 인력과 관련해 실제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료인력이 원활하게 배치될 수 있는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병협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두 의사회는 병협은 수익이 되지 않으면 어떤 과도 버릴 수 있단 모습을 병원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수조사를 통해 산부인과나 소아과 진료가 실제 이뤄지지 않는 종합병원은 의원급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두 의사회는 종합병원은 지금 종별 가산 30%를 받고 있다. 이번 제안은 필수과라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폐과시켜 적자를 줄이고 이익을 더 보겠다는 것이다라며 복지부는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 병원 전수조사를 통해 산부인과나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병원을 철저히 가려내 인가를 취소하고 의원급으로 강등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 산부인과의 임산부 진료 사진[사진=trymybest]

 

국정감사에서도 병협의 제안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공급이 흔들리고 있다라며 이들 전문과목이 대표적 필수 의료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필수 의료 종합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해 대책을 만들도록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필수 의료인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현 상황은 어떨까?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올해 전공의 지원율은 70~80%에 불과하다. 개업의 수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산부인과, 소아과의 경우 폐업 수가 개업 수보다 많았다. 특히 소아과의 경우 개업 103곳에 폐업은 154곳이나 됐다. 이는 최근 예일대에서 발표한 선진 22개국 암 지표 분석 결과에서 한국이 1인당 총 의료비를 가장 적게 쓰면서 가장 낮은 암 사망률을(인구 10만 명당 75.5명꼴) 보여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는 것과는 비교되는 수치다.

 

대학병원 간호사인 A 씨는 격리병상 부족으로 코로나에 걸린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해도 입원을 받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한 소아 환자는 열이 40도가 넘는데도 받아 줄 수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재도 이런 상황인데 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 소아과를 제외한다고 하면 영유아, 어린이, 임산부가 응급 상황 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더 줄어들 것이다라고 걱정스러운 속내를 털어놨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도 산부인과, 소아과의 수가 체계가 좋지 않은 것을 안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수가가 낮고, 필수 의료인 곳은 지원해 주거나 아니면 병원이 다른 곳에서 얻은 수익을 돌려주는 수가 체계의 의무화 등을 실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서울에 사는 육아맘 C 씨는 이번 병협의 제안을 듣고 덜컥 겁이 났다. 저출산이라 국가적 위기라 하면서 아이를 낳는 곳과 치료받는 곳을 없앤다면 누가 임신하고 출산하려 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필수 의료 확충 추진단, 필수 의료 TF를 운영하고 있다. 수가 체계 개편, 의대 증설 등으로 필수 의료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수가가 인상되고 의대생이 많아진다고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늘어날까? 뛰어난 의사가 필수 의료에 뛰어들게 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또 정부의 지원이 그 목적에 필요한 데 쓰이고 있는지도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등 필수 의료 관련 정부 지정센터 운영 비용을 병원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국종 교수가 중증의료 치료에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되짚어 봐야 한다. 정부로부터 필수 의료로 배정받은 예산은 필수 의료를 위한 비용으로 돌려야 한다.

 

상급 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은 종별 가산을 더 받고 있고, 의료보험료 역시 상급 종합병원에서 가장 많이 받는다. 병원 역시 수익의 일정 부분은 필수 의료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는 의료진 처우 개선과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바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다. 저출산이니 산부인과 진료를 보는 임산부가 줄고, 이에 따른 아동 감소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수입 급감으로 이어져 소청과 전공의 정원 미달 사태가 생긴다. 그러다 보면 소아 청소년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진다.

 

한편 일본은 최근 고학력 일본 기혼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1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해 화제가 됐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출생 동향 기본 조사에 따르면, 대졸 이상 학력인 기혼 여성의 출산율이 1.74명을 기록했다. 직전 조사인 2015(1.66)에서 증가했다. 19년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육아 환경 개선, 일하는 방식의 개혁 때문에 고학력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원활해졌다는 평가다.

 

한국 역시 합계출산율을 높이려면 육아 환경 개선 및 회사 내 일하는 방식의 개혁 등이 필요하다.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무처 전 직원들과 인구정책 간담회를 개최하였다.[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

 

지난 24,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무처 직원과 진행한 인구정책 대화의 장 자리에서 대통령은 위원회가 집행기구처럼 일하라고 주문하셨다라며 결혼과 출산, 양육을 위한 환경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 문화 인식을 전환하고 모든 사회의 힘을 모아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인구정책기본법 제정(가칭) 등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필수 의료 대책에 관련된 대책을 모색한다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고 고령화 사회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등 정부에서는 여러 부처의 힘을 모아 당면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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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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