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국어도 처음에는 외국어였다! 일단 지금은 즐겁게 시작!

강수연 기자 / 2021-11-25 16:42:21
최정애 영어영재연구소(부설. 부모성장연구소) 대표

 

▲ 최정애 대표
[맘스커리어=강수연 기자] 우리는 영어를 10년씩이나 배웠음에도 영어를 잘 못한다. 그러니까 어릴적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외국에서 살고 와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기영어교육에 유난히 몰두하며 비정상적일 정도의 높은 비용과 에너지를 쓴다.

 

무려 '10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다는 건, 적어도 10분이라도 매일 영어소리를 들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중간고사 때, 기말고사 때, 또 수능볼 때, 입사시험을 치를 때 '영어라는 맛만 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본인의 영어실력에 대한 고민 또는 자녀의 영어고민으로 상담을 오시는 분들께 '지금부터 입시나 시험을 위한 공부보다 우선 자신이· 또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살펴보고 그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듣기부터 하라'고 말씀을 드리면 당장 몇 주 뒤, 몇 달 뒤 시험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자녀가 초등 5학년 때 고민을 하셨던 분이 그 자녀가 대학생이 되어 직접 찾아와 "그 때 선생님 말씀 듣고, 당장의 시험 점수에 얽매이지 않았다면 제가 영어 앞에서 지금은 조금 더 자유로울까요? 계속 같은 지점을 맴돌고 있는 기분이에요."라는 고백을 했을 때 우리는 배움에 있어서도 좀 긴 안목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우리나라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즉,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는 환경에 있어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즉 제2의 모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는 환경과는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어느 환경에 놓여 있건 외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같은 조건을 거친다고 본다. 예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아이에게 영어라는 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2개월쯤 되었을 때,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그 장면이 지금도 아주 생생히 기억이  난다. 또한 그날의 충격까지도.

♬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서른 즈음이었던 그 당시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로만 알던, 그저 팝송 따라 부르고픈 욕망에 가사를 받아 적으며 한곡씩 외워 불렀던 기억이 있는 나에게 4~5살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영어노래 소리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한참을 노래 부르는 아이들의 예쁜 얼굴을 넋 놓고 바라보다, TV를 끄곤 인터넷 창을 열었다. 그리고 수시로 가사를 적은 종이를 들고 노랠 부르기 시작했다. 비록 동요였지만 한 곡을 가사를 보지 않고도 능숙하게 부를 수 있게 되자 왠지 모를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팝송 한곡을 멋들어지게 완창한것처럼. 돌이켜보면 이 신선한 충격이 영어교육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아토피가 무척 심했던 아이를 내려놓지 못하고 내내 안고 키우며 참 많은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영어동요를 알고부터는 우리 동요와 함께 불러주며 영어라는 소리도 들려주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유독 주변의 참견을 많이 듣게 된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주 어린 아이를 안고 영어동요를 불러주고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모습에 주변에서는 참 많은 참견과 조언(?)을 하기도 했다. "아가 때부터 영어를 들려주면 우리말이 늦된다. 말을 더듬는다, 너무 유별나다, 아무 소용없다" 등의 이야기였다. 그 말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가 지금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나?"

우리말 동요를 불러주고 우리말 동화책을 읽어주듯 영어동요를 불러주고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며 아이에게 들려줄 레퍼토리가 더욱 풍성해지고 즐거워졌을 뿐, 아이가 영어를 빨리 익혔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은 전혀 없었다.

우리말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동요를 불러주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는 경우가 없는데 왜 유독 영어소리에만 문제인가 아닌가. 조기영어교육 찬반론까지 번질까 고민을 거듭했다.

"과연 생후 2~3개월 된 아이에게 우리말 노래와 책을 일찍 들려주는 것은 괜찮을까? 우리말은 알아들어서 우리말 동화책을 읽어주고 우리말 동요를 들려주는 것일까?"라는 고민이었다.
 

또 "혹시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는 엄마인 나의 모국어가 한국어이기 때문에 전혀 의심 없이 편하게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들려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아이가 만약에 미국인 엄마에게서 태어났다면 영어소리를 듣고 자라겠네? 아이가 알아듣는다, 못 알아듣는다. 고민을 하는 건 누구의 문제일까?"라는 생각까지 들자 "어떤 언어든 그 소리를 들려줄 때의 고민은 엄마인 나의 문제는 아닐까?"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이후 생후 2~3개월 된 아이에게 우리말 동요를 불러주고 우리말 동화책을 읽어주듯 영어동요를 불러주고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며 그 레퍼토리가 더욱 풍성해지고 즐거워졌다. 영어를 아이가 빨리 익히길 바라는 욕심은 전혀 없이도. 책을 읽어주면서 어떤 바람이나 계획 역시 없었다.

 

아이에게 한참 책을 읽어주면서 주변의 이런 참견을 듣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 단 하나의 목표이자 욕심은 "언젠가 학교에 가서 영어를 배울 텐데 그때 엄마가 저 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들려줄 때 정말 좋았는데! 즐거운 기억으로 배움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단 하나의 유일한 목표이자 욕심이었다. 그랬기에 아이에게 영어를 일찍 사용하는데 주저함이나 두려움이 없었다. 아웃풋이 언제 나올까하는 고민도 사라졌고, 왜 다른 집 아이보다 느릴까와 같은 비교도 하지 않았다.

영어 학습이 아닌 '습득'이라는 단어로 이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말도 계속 듣다보니 이해하고 모국어로 가져오는 것처럼 영어 역시도 모국어처럼 많이 들어야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Learning vs Acquiring (학습 대 습득)'

우리말도 집에서 습득한 후에 그 습득한 언어를 가지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서 학습을 시작하는 것처럼 영어 역시도 습득을 한 후에 그 언어를 가지고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깨달음이 발생하고 흡수할 수 있는 순간을 많이 만들어두면 '아하!' 하는 모먼트가 많이 생겨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습득하게 된다.
 

기억할 것은 단 하나다. 모국어 역시 처음에는 외국어였다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일단 지금은 즐겁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 습득을 하고 학습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은 오기 마련이지만 시작부터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는 자신의 영어 실력 때문에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엄마의 조급함이나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언어는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길게 보고 편안하게 즐기면서 지금을 행복하고 즐겁게 시작하기를 바란다.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수연 기자

강수연 기자

엄마의 눈으로
꼼꼼하게 부드럽게
좋은 세상을 꿈꿉니다

뉴스댓글 >

맘스커리어 후원안내

맘스커리어는 경력단절 없는 세상, 저출생 극복, 워라밸을 사명으로 이 땅의 '엄마'라는 이름이 최고의 스펙이 되는 세상, '엄마'라는 경력이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예비사회적기업 언론사입니다. 여러분들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은행 : 1005-004-582659

주식회사 맘스커리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