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속 세상] ‘여성 민방위’ 입법, 다시 춤추는 선거용 포퓰리즘

최영하 기자 / 2023-02-17 09:40:00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여성과 관련한 세상 모든 이슈들을 다룹니다. 경력단절 같은 해묵은 문제부터 코로나19 같은 비교적 최근 이슈를 통해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해 봅니다.

 

갑론을박의 ‘여성 민방위’ 입법, 과연 취지는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내놓은 개정안 하나가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민방위 훈련을 여성까지 확대해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방위의 목적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나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라는 것, 그리고 여성군사기본훈련 도입으로 가기 위한 일환의 입법이라는 점이다.

 

현행 민방위기본법은 만 20~40세 남성을 대상으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여성은 자원자에 한 해 편성하고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어 사실상 남성에게만 지워진 의무다.

 

이번 개정안을 내놓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으로 하여금 심폐소생술·제세동기 사용법 숙지와 산업재해 방지, 화생방 대비, 교통·소방안전 등의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근거로 들며 성별에 관계없이 기본적인 생존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논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당장 당위성과 실효성 문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재난·안전 응급조치는 꼭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지만 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짧은 시간에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는 심폐소생술·방독면 사용법과 소방·산재·교통안전 교육은 학교에서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이고, 기업·전문단체의 사이버교육도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민방위 교육조차도 갈수록 시간을 줄여 1~2년 차는 연 4시간 집합교육, 3년 차 이상은 연 1~2시간 사이버교육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개정안을 내놓은 타이밍에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법안과 관련된 별다른 이슈가 없음에도 선거 국면에서의 주도권 장악을 목적으로 발의했고, 젠더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노렸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여성도 전시·재난 대처법을 익히고 유사시 총기도 다룰 수 있는 기본군사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엄청난 논란 속에 젠더 갈등이 극대화되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국방은 성별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의 의무인 만큼 효율을 높일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다. 실제로 해외 많은 국가들이 민방위 교육에 남녀 모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재난 안전에 관한 교육을 이수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발의는 이 같은 건강한 논의의 가능성마저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 누가 보더라도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이라면 그 타이밍을 심도 있게 고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알고 있으면서 강행했다면 정치적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몰랐다면 입법 역량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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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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