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전문의들이 임신·출산 연관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줘야"

김혜원 엄마기자 / 2023-01-06 11:10:42
강중구 산본제일병원 대표원장
브이백으로 여섯째 출산한 산모 기억에 남아
▲ 강중구 산본제일병원 대표원장[사진=산본 제일병원 블로그]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10.29 참사, 그리고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9명까지 떨어지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2023년 계묘년은 검은 토끼띠의 해로 토끼는 다산풍요를 상징한다2023년은 역동적이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지난해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제가 국회 첫 관문을 통과했다.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관련 의료사고에 대해 최대 3천만 원까지 보장하는 제도다또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고 산부인과 역시 진료 환경을 개선하면서 2023년 전공의 지원율이 작년보다 10% 상승하기도 했다. 생명 탄생의 순간을 40년간 지켜보며 사명감을 가지고 엄마와 아기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온 강중구 산본제일병원 대표원장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간단한 원장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산본제일병원 대표원장이며 1983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40년 가까이 분만현장을 지키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입니다.

  

-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또 산부인과의 2023년도 전공의 지원율이 작년과 비교해 10%가 높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무과실 분만사고의 국가 책임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너무 늦은 감이 있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출산 후 신생아 뇌성마비 발생에 대해 원인과 관계없이 국가가 수억 원을 보상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과 뉴질랜드 역시 분만사고 피해는 정부가 보상해 줍니다. 이런 사실을 주목해 봐야 합니다.

 

또 전공의 지원율이 약간 높아졌다고 하지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지원자 100명 가운데 남자 의사가 7명 지원했다고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분만 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죠. 분만병원도 속속 문을 닫아 2021년 기준 487개소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고령 산모가 증가하면서 고위험 산모·신생아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고위험 분만을 처리할 산부인과 의사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병원도 의료진도 줄고 있으니 걱정스럽습니다.

 

- 정부에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내놨습니다. 지역 분만진료 기반 유지를 위해 광역시를 제외한 전체 시군구에 현행 분만수가의 100%취약지역수가로 지급하는 방안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동안 한국의 분만수가는 미국의 수십 분의 일이고 일본과 비교해도 1/5~1/10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나마 오른 것은 고무적이긴 합니다.

 

저는 정부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임신, 출산 연관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고의 과실이 아닌 의료사고로 의사 구속하는 것을 막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제정이 꼭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나쁜 결과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고위험 진료가 많은 필수의료 전공을 꺼리는 의사가 많습니다. 필수의료과 전공의 낮은 지원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또 힘들게 일한 만큼 보상을 해 줘야 합니다. 당직 근무가 잦고 위험부담이 높은 필수의료 종사자들을 위해 근무 여건 개선과 보상체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최근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가 많습니다. 과천, 의왕에서까지 이곳 산본 제일병원에 분만을 하러 온다고 들었습니다.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포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의사, 간호사는 물론이고 숙식과 청소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운영 경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산부인과에서 이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습니다. 또 야간당직 대기,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도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포기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저희 역시 쉽지 않은 현실 속에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산본 제일병원 전경[사진=산본 제일병원 블로그]
 

- 산본 제일병원은 총 분만 건수가 10만여 건에 달합니다. 분만에서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할 텐데요, 그 외에 원장님이 생각하는 분만 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산본 제일병원은 자연분만 권장병원으로, 군포, 의왕지역에서 최다분만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의료진 모두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산모가 안전하고 편안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가 분만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안전입니다. 산모와 태아가 건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 역시 편안하고 만족스러워야 합니다.

  

- 산본 제일병원에서는 산모 전용 아쿠아로빅 수영장을 운영해 산모들의 호응이 높습니다. 임신 중 운동이 출산 시 산모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또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는 편이 좋을지 소개해 주십시오.

 

임신으로 인해 산모는 체형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특히 임신 중반기가 지나면 배가 불러오고 가슴이 받치게 돼 숨쉬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산모에게 운동은 꼭 필요하지만 과격한 동작은 권하지 않습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걷기 운동 정도가 가장 좋습니다.

 

산본 제일병원에서 수영장을 마련해 아쿠아로빅 산모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물의 부력으로 비교적 편하게 운동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을 통한 근력 운동을 병행할 수 있고, 신체 변화로 인한 통증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산모들은 비슷한 주수 산모들끼리 운동을 같이하며 임신 중 느끼는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 오랜 기간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며 다양한 출산 사례를 접하셨을 것입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산모나 출산 사례가 있으신가요?

 

제왕절개 수술로 오 남매를 분만한 산모가 있었습니다. 여섯째는 브이백으로 출산하고 싶다고 간절히 원했습니다. 산모의 건강에 문제가 없었고, 본인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 마취 전문의, 간호사, 수혈 등을 준비했습니다.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분만을 진행했고 아기가 무사히 태어났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였습니다.

 

산본 제일병원에서는 3천여 명이 넘는 산모가 브이백 분만에 성공했습니다. 브이백의 경우 산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이 선택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의료진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응급 상황 때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왕절개의 경험이 한 번 이상인 산모도 브이백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한다면 브이백 분만이 가능합니다.

 

▲ 산본 제일병원은 자연분만 권장 병원으로 군포의왕지역에서 최다분만율을 기록하고 있다.[사진=Getty Images Pro]
 

산부인과 의사가 추천하는 산후조리원의 조건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조리원 선택 시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의사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자주 만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또 분만병원 의사가 산모나 신생아의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기 에 접근성이 좋고 협력회진이 가능한 병원 연계 조리원을 권합니다.

산본 제일병원에서는 산본제일 산후조리원, 신산본 산후조리원, 제이에스 산후조리원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아기의 탄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또 많이 지켜보신 원장님께서 맘스커리어 독자분들께 출산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진통 과정 끝에 출산한 아이의 고고성을 들으면 산과 의사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엄마는 모두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애국자들입니다.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며 자부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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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김혜원 엄마기자

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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