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모든 아동은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김혜원 엄마기자 / 2022-11-04 12:30:32
“아이들 소리 시끄러우니 놀이터 없애자” 주장 받아들여져
“놀이터는 아동의 ‘놀 권리’를 실현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어”

세이브더칠드런은 서울시 송파구 용마어린이공원에서 100번째 놀이터를 개장했다.[사진=세이브더칠드런]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2일 머니투데이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 소음을 근거로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을 막았다가 다시 개방했다고 보도했다. 입주민 A씨가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라며 어린이집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을 막아 달라는 안건을 제시했고 입주민 대표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이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은 구립으로, 입주민과 주변 지역 아이 60여 명이 다닌다. 이 조치로 아이들은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한편 다른 입주민 B씨는 놀이터 폐쇄가 불합리하다고 여겨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구청에서는 아이들 이용을 제한하면 안 된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아파트 공용 시설인 놀이터 이용을 특정인에게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놀이터 이용 제한은 풀린 상태다.

 

놀이터를 두고 어른 주민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아이들이 보장받고 있는 놀 권리에 대해서는 누구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명시한 어린이의 권리 가운데 하나다. 31조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한국의 어린이는 이런 놀 권리를 잘 누리고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놀 곳조차 마땅치 않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놀이터 역시 어른들의 공간 속에 덤으로 주어져 있거나 어른들의 구상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놀 때 시끄럽다며 어른들은 놀이터 이용 시간을 제한하기도 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15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인 경우 어린이 놀이터는 반드시 설치하게 되어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어린이 놀이터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라고 지적하며 어린이의 놀 공간을 사회가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4년부터 어린이와 시민을 대상으로 아동의 놀 권리와 놀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캠페인을 한다. 일명 놀이터를 지켜라. 도시,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의 놀이터를 새로 짓거나 개선하는 작업을 해 왔다. 아이들이 의견을 내고 모형을 만들면 어른들은 놀이터가 구현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살핀다. 놀이터가 완공되면 아이들이 직접 놀이기구를 시연하면서 안전성 테스트도 한다. 놀이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지난 1011일 송파구에 위치한 용마어린이공원에 100번째 놀이터가 개장됐다. 시설 노후화로 엄마들이 못 가게 한 그곳은 아이들이 꿈꾸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조규민 세이브더칠드런 중부2아동권리센터 센터장은 한 인터뷰에서 놀이터는 아동의 놀 권리를 실현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하며 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동의 자존감과 또래 관계의 질을 높이는 등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이 개축·신축한 놀이 공간의 이용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1.4%의 아동이 놀이를 통해 행복해졌다고 답했고, 90.2%의 아동은 놀이를 통해 친구 관계가 향상됐다라고 했다. 

 

조 센터장은 “‘놀이는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게 성장하기 위한 수단이며,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다라고 당부했다.

 

노는 게 이렇게나 중요한데 과연 우리 아이들의 놀 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 따르면, 35개국의 만 10세 아동의 행복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 아동의 행복도는 31위로 전 세계 하위권이었다. 연구진은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제도와 과도한 학습 부담으로 인해, 아동 스스로 긍정적인 인식을 하기 어렵고,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확대되려면 놀이 환경의 개선과 아동과 학부모 모두가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도록 독려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의 미래가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어른이 이들을 잘 보호해 주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즐겁게 놀 권리가 있다라는 걸 기억하며 이 권리를 지켜 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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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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