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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 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 세라, 사랑 때문에 울먹일 세라."
아파트 화단의 감나무에 까치밥 홍시 두세 개 남아있다. 아침저녁 홍시를 바라보면 나훈아의 홍시 노래 가사처럼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그 옛날 강경 장날에는 나주·군산·장항 등에서 해산물을 가득 싣고 온 장배들 수백 대가 모여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4일 날과 9일 날이면 엄마 손잡고 배 타고 장 보러 가는 일이 최고의 기쁨이요 행복이었다. 시장에 가서 새 고무신도 신어보고 자장면도 먹고 각설이 쇼를 보는 등 아직도 그 추억 그대로다. 특히 장날은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노래 가사처럼 오래간만에 친구도 만나 두부김치 안주 삼아 막걸리로 노고를 푸신 아버지 세대들은 더 없는 해방구였을 것이다.
엄마는 막걸리 방석 구들장 삼은 아버지 손을 잡으며 “돌아오는 며칟날은 시조부님 기제예요” 귀띔하면 역시 “이미 알고 있지" 하시며 거금을 척 건네 홍어 한 마리 시멘트 포장지 둘둘 말아 어깨에 걸치셨던 모습, 집에 도착 홍어 껍질 손질하며 "홍어는 말이야 삭히야 제맛이지" 하시며 볏짚단에 며칠 더 우려내셨던 그 모습들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이렉트 마케팅은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방식이다. SNS 홍수시대에 블로그 및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어 상품 판매는 종종 대박을 터트린다. TV 홈쇼핑처럼 현역 때 서민 전세자금 대출을 SNS로 마케팅하여 전세 입주에 나름 큰 기여를 한적 있기에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근래 들어 밴드의 SNS 마케팅이 유달리 활발하다. 일명 행운 농수산, 부엉이 장터, 목포의 모든 것, 제주 새벽시장 등이 있다. 농촌 출신답게 시골 농어민께 조금이라도 기여하고픈 마음에서 이 밴드의 홍보 상품을 가끔 이용한다. 이 밴드의 대표들은 아마도 목포, 부산, 제주 모슬포구 등에서 싱싱한 바다 물고기들을 경매를 통해 직접 낙찰 후 곧바로 판매물을 밴드에 공지하고 수요자들로부터 주문 및 주소와 물건값은 받고 택배로 발송하는 절차의 다이렉트 마케팅 구조다.
사시사철 싱싱한 조기, 고등어, 갈치, 병어 등 물건도 다양하다. 그 무엇보다도 경매가에 조금 얹어 SNS로 직접 거래를 하다 보니 판매자로서는 구매 수요만큼만 경매 받아 100% 현금장사로 판매하니 100% 안전하고 재고 걱정이 없다. 구매자 또한 가성비가 좋고 신선한 물건을 시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신속하게 직접 받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 아니겠는가.
홍시, '홍시를 보니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아니 홍어를 보니 울 엄마가 더 생각이 난다.' 정약용 정약전 선생의 유배지 강진과 흑산도를 다룬 영화 자산어보를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보던 그 시간에 밴드에 홍어가 올라온다.
'창대야, 나는 흑산이라는 이름이 무서웠다. 네 덕분에 그윽하고 살아있는 검은색 자산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정약전의 말씀에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댕기는 길을 가오리가 앙께요' 창대의 대사를 자꾸만 되새김한다.
참새 방앗간 지나가지 못한다고!
삼 년 전 나주 전파진흥원에 근무했던 양광규 친구의 초대로 영산포에서 홍어 막걸리 묶은 김치 삼합을 진하게 먹던 그날도 생각나, 밴드에 광고 낸 '아빠와 아들' 집으로 큰 놈 한 마리 주문한다. 얼음 꽉 찬 아이스박스에 꼬리가 살짝 나올 정도로 큰 생물 홍어가 주문 익일 곧바로 도착한다. 껍데기 벗겨 싱싱한 생살 부분 서너 점 꿀꺽 입 호강 하고, 고뿔이 걸려 골골하기에 묵은 김치와 무 넣고 홍어 내장 넣어 푹 고와 한 대접 먹으니 코가 뻥 뚫린다.
그리하고 보니 홍어 때문에 울 엄마가 더욱 생각이 난다. 신혼생활을 부산에서 했다. 잔칫집에 홍어 없으면 욕먹는다는 고향마을 풍습과 정성을 다해 기제에 올리셨듯이 그 비싼 홍어를 구매 손질 후 회도 뜨시고 일부는 삭힌 홍어 그대로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부산까지 오셔서 거하게 정성을 다해 홍어 상차림 신혼 집들이 해주셨던 엄마.
문제는 집들이 초대받은 분들 모두 그 홍어 젓가락 입에 까지는 좋았는데 잠시 후 그 진하게 삭힌 홍어가 입천장을 다 헤쳐놓았으니 또한 홍어 특유의 그 진한 향에 부산 양반들 모두 냅킨이 입으로 갔으니!
"음식을 잘못 만들었나 벼요, 어쩌면 좋대유 송구해요" 하시며 쩔쩔매던 그 엄마, 홍시가 아니라 홍어 때문에 오늘따라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그렇다. 그 엄마는 그렇게 정성을 다해 주셨다. 시자 들어있는 기제사에, 그 사랑하는 아들 신혼 집들이에, 그러한 그 엄마가 오늘따라 더 생각이 난다. 그런 마음 그대로 그 엄마 따라 그 엄마의 딸한테 한 마리 추가 구매 보냈더니 "음매, 이 홍어 엄마 계시면 그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한 배속이니 한 마리씩 보내면 다들 좋아할 거야" 하면서 형제들 집으로 한 마리씩 보냈다는 누이의 고운 마음에 눈시울을 훔친다. 그랬다 그 누이도 홍어 맛보고 울 엄마가 더욱 생각났다고...
카톡방이 불났다. 홍어 껍질 벗기는 형 동생 모습, 대청마루 양반다리하고 회 고추장에 소주 한잔 맛있게 드시는 매형 모습, 역시 묵은 김치 서걱서걱 풀어 푹 고아서 국물로 잡수시는 큰 형님 등 세모의 훈훈한 형제들 카독방, 이 모두가 그 엄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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