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 지원금 중단돼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서울 학생이 농촌 유학 가는 프로그램이 폐지될 위기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관련 예산 10억을 전액 삭감한 뒤 지난달 12일 열린 정례회에서 관련 조례 폐지안까지 제출했다. 시교육청과 시의회의 갈등에 아이들과 학부모가 난감해하고 있다. 갑자기 지원금을 받지 못한 학부모와 그로 인해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아이, 그리고 서울에서 학생이 오지 않는다면 다니던 학교가 문을 닫게 되는 현지 아이들까지 모두 피해를 보는 것이다.
농촌 유학은 2020년, 서울시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업무협약을 맺고 시골 학교를 살리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도시에 사는 아이가 6개월간 시골 학교에 다니며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접하며 생태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시작됐다. 학생 수가 적어 폐교 위기에 놓인 시골 학교는 도시 아이들이 전학을 오면서 마을과 학교를 지키며 지역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농촌 유학은 매해 인기를 거듭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참여 학생 수는 235명으로 첫 해보다 200% 증가했으며 만족도는 80%가 넘는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남 학생들도 서울 체험을 할 예정이었다.
서울시의회는 “생태전환교육기금이 ‘농촌 유학’에만 사용되고 있어 기금운용의 적절성이 문제 된다”라며 올해 초 1학기 농촌 유학 예산을 전부 삭감했다. 이어 지난달 12일에는 농촌 유학 사업의 근거가 되는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상정한 것이다. 김현기 서울시의장은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동료의원들과 별도 협의는 없었다”라며 “동료의원들이 농촌 유학 예산이 '3불 예산'에 해당한다고 봤고 효과가 불투명하기에 그런 차원에서 폐지안을 낸 것으로 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은 교육 의제를 넘어선 생존 의제”라며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기후 위기 시대에 과거로의 퇴행이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M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은 전교생 60명 이하인 학교가 전체 절반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10곳 중 2곳 이상은 재학생이 30명도 채 안 돼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이나 폐교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서울 학생들이 다시 서울로 가 버리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학교가 50여 곳이나 된다.
실제로 SNS나 맘카페 커뮤니티 등에는 2023년부터 농촌 유학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서울로 돌아온 사례도 있었다. 지원금은 대개 월세로 사용돼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유학을 접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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