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내 몸에 큰 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김용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주임교수

ackys@khu.ac.kr | 2022-01-14 19:31:53

김용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주임교수 ▲ 김용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주임교수.[맘스커리어=김용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주임교수] 우리 속담 중에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보면 몰라서 약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신문이나 인터넷이나 방송과 같은 매체를 통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정보가 넘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정보가 사실인지 알기도 힘들 지경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저기서는 저렇게 이야기 하고 정말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든지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아도 궁금한 의학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요즘 보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지 신문이나 방송에서 하루라도 건강관련 정보가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정보에 따라서 자가진단하시고 함부로 이 약, 저 약 드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또 어떤 분들은 방송에서 하도 겁을 주는 이야기를 하니까 자신의 몸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그 병은 아닐까 하는 '노이로제'라는 신경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고, 걱정을 하며 항상 몸의 어느 부분이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병원을 드나드는 분들, 특히 자기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났을 때 이것을 심각한 질병으로 확대 해석하시는 증상을 '건강염려증'이라 합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염려증으로 진단받은 사람을 연령별로는 분석해 보면 60대가 21%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가 19%, 40대가 18%로 나타났으며, 20대(11%)와 30대(9%)에서도 건강에 대한 염려가 높은 것을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건강염려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몸이 조금만 불편해도 이를 과도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매우 예민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화가 조금만 잘 되지 않아도 위장이 꼬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이를 위암으로 의심하는 것입니다.

또 이런 분들은 한번 방송에서 뇌종양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조금만 머리가 아파도 내가 뇌종양은 아닌지를 놓고 고민하게 됩니다.

조금만 호흡이 가빠도 심장마비는 아닌지 하면서 불안해합니다. 심한 분들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확진을 받고도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좋다는 병원과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그야말로 병원 쇼핑을 하게 됩니다. 이런 건강염려증 환자분들의 성격을 보면 대부분 꼼꼼하고, 고집이 세며, 자신의 증상에 대해 메모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자존감이 낮고 건강에 대해 과도한 집착을 보이며 신체감각에 예민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소 건강에 아주 많은 관심이 있으신 할아버지께서 아침 TV 방송을 보시다가 한숨을 푹푹 쉬시면서 너무 심각한 상태가 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방에 있던 며느리가 시아버지께 물었다고 합니다. "아버님 왜 그러세요?"라고 여쭸더니 시아버지께서 "얘야, 저기서 박사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내 증세와 너무도 똑 같아. 아무래도 내가 심각한 병에 걸린 것 같으니 저 박사님께 꼭 진찰을 받아봐야겠다. 나 좀 저 박사님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있겠니?"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마침 며느리가 시간이 있어서 흔쾌히 "오늘 모시고 갈 수 있어요."라고 대답을 하고 TV방송을 같이 시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방송을 마칠 쯤이 되었는데 아나운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자궁암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건강염려증은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환자가 자신이 어떤 심각한 질환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집착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염려증이 있으신 분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전적인 확신을 갖고, 어떤 병이라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염려증을 해결하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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