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여성들]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
최영하 기자
yhchoi@momscareer.co.kr | 2023-07-25 11:09:04
말랄라 유사프자이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중대한 순간에 존재감을 보였던 여성을 조명합니다. 시대의 억압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놨거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될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억압에 반대하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해 투쟁하다
말랄라 유사프자이(1997~)
말랄라는 1997년 7월12일 파키스탄 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 민고라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무척이나 기뻐했는데, 남존여비 사상이 극에 달한 나라에서 이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당시 파키스탄은 ‘아들을 낳으면 축포를 쏘고 딸을 낳으면 커튼 뒤에 숨기는 나라’였다.
진보적인 교육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아니면 족보에 잘 올리지도 않는 관례를 무시하고 족보에 파란 잉크로 그의 이름을 새겼다. 이를 두고 입방아를 찧는 친척들과 주변 사람들을 오히려 훈계했고, 말랄라의 다른 남자 형제들에게도 여성에 대해 차별하지 말 것을 가르쳤다.
그러나 그 같은 아버지의 방침은 곧 위기에 직면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세력을 넓힌 탈레반이 파키스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국경인 북부 지방에 거주 중이던 말랄라의 가족은 탄압을 받았다. 탈레반은 말랄라 가족에 비난을 퍼부었고, 심지어 그의 아버지가 재직하는 학교에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11살에 불과했던 말랄라는 영국 공영방송 BBC 블로그에 가명으로 탈레반 치하의 삶과 억압받는 여성들에 대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켜 뉴욕타임스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고, 그해 12월 제1회 파키스탄 청소년평화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탈레반은 말랄라에게 살해 협박을 지속적으로 가했고, 급기야는 이듬해 10월 끔찍한 테러를 가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스쿨버스에 갑자기 올라탄 탈레반 테러리스트로부터 총격을 받은 것이다. 당시 테러리스트는 말랄라를 색출하기 위해 버스 안의 모든 학생을 협박했고, 말랄라는 주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신원을 밝혔다.
말랄라는 얼굴과 목에 총 3발을 맞았으나 병원으로 옮겨져 두개골 일부를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영국 버밍엄까지 이송돼 치료를 받은 그는 무사히 퇴원했지만 신변의 위협 때문에 파키스탄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12년 CNN이 선정한 ‘올해의 흥미로운 인물’ 부문에서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랐으며, 파키스탄에서는 여성 교육권 운동이 일어나 200만 명이 서명한 교육권리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듬해 만 16세 생일에는 유엔본부에서 청년 대표로 여성 어린이의 교육권에 대해 연설했고, 유엔은 이날을 ‘말랄라의 날’로 정했다. 2014년 7월에는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200여 명의 여학생을 집단으로 납치한 이슬람 원리주의단체 보코하람에 학생들을 무사히 송환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같은 해 말랄라는 어린 나이에도 위험한 상황 속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해 투쟁한 공로로 인도의 아동인권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와 함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이 밖에도 유럽의회가 인권과 자유 수호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사하로프상, 필라델피아 자유메달과 세계 어린이 수백만 명의 투표로 선정되는 세계 어린이상 등도 연이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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