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자녀교육 위해 직장 떠나는 여성 늘었다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3-11-27 13:10:16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줄어
자녀 많고 어릴수록 일하지 못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 7살 자녀를 둔 워킹맘 A씨는 내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을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출산을 앞두고도, 육아휴직에서 복직해 어린이집에 보낼 때도 회사를 그만두는 건 생각하지 않았다. 한데 내년 3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 중이다. 아이는 11시 반이면 하교하는데 돌봄교실에 하루종일 맡기거나 학원 뺑뺑이 시키기도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2019년 케이비(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95%가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으며 그 시기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초등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50.5%(1·2순위 합계),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39.8%가 이때를 퇴사의 중대 고비로 꼽았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1일 통계청은 ‘202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활용해 ‘기혼 여성 고용 통계’를 집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은 줄었지만 자녀교육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는 늘었다. 18세 미만 자녀와 사는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2.2포인트 높아진 60%였다. 경력보유여성은 지난해보다 4만 8000명 감소한 134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워킹맘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인구·혼인 감소의 영향이 컸다. 육아를 이유로 일을 그만둔 여성은 56만7000명(42.0%)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결혼 35만3000명(26.2%), 임신·출산 31만 명(23.0%) 등의 이유였다. 

작년과 비교하면 육아(-3만명), 결혼(-1만4000명), 임신·출산(-7000명), 가족돌봄(-6000명) 등 전반적인 규모가 감소했다. 그런 와중에 자녀교육 때문에 일을 중단한 여성은 지난해보다 만 명 증가해 6만 명을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녀 수에 따라 고용률도 달라졌다. 18세 이하 자녀를 한 명 둔 여성의 고용률은 61.2%였으나 2명과 3명 이상을 둔 여성의 고용률은 각각 59.3%, 56.6%으로 점점 감소했다. 

▲ 사진=통계청

4세, 8세 두 자녀를 둔 30대 B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뒀다. B씨는 “아이가 한 명일 땐 이를 악물고 버티며 일했는데 둘째가 자주 아프고 어린이집 적응이 더뎌서 결국 그만두는 걸 택했다”라며 “아이가 둘인 데다가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손이 많이 가서 앞으로 풀타임으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9세 남아를 양육하고 있는 40대 C씨는 “경력 단절 상태가 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라며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내년 혹은 후년에나 다시 일자리를 구해 보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경력보유여성 연령으로는 30대가 54만4천 명, 40대는 59만 명으로 전체 경력보유여성의 84.1%가 30, 40대 여성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은 ‘10년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계청은 ‘10년 이상’ 경력단절을 겪는 이가 53만9천 명(40.0%)이라고 했다. 5∼10년 미만이 32만5천 명(24.1%)이며, 3∼5년 미만이 17만8천 명(13.2%), 1년 미만이 15만5천 명(11.5%), 1∼3년 미만이 15만2천 명(11.2%) 순이었다.

30대 D씨는 “아이를 돌보느라 육아휴직 이후 일을 그만뒀는데 파트타임이라도 해 보려고 알아보고 있다”라며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도 점점 늘어나고 물가도 올라서 외벌이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에 묶여 경력 단절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어렵게 다시 일을 시작했다가도 결국 자녀교육 등에 붙들려 주저앉게 된다. 수많은 경력보유여성이 다시 일하려면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남성 육아휴직 확대, 모성 보호 제도, 시차 출근제 등이 확대돼야 한다. 사실 제도는 마련돼 있다. 쉽사리 사용하지 못할 뿐이다. 이를 많은 기업에서 무조건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장려한다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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