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엄마’라는 경력을 사회적경제로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bonggeun0937@daum.net | 2024-11-29 10:00:31
대기업 35년을 뒤로 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발을 내딛은 지도 벌써 6년이 되었습니다. 시장경제의 이런저런 경험과 아쉬움을 뒤늦게 다가온 보물같은 사회적경제에 접목시켜 보려 했던 6년은 고희(古稀)를 앞둔 라떼 아저씨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제 느낌에는 시장경제에서 사회적경제로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도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는 이방인 같은 낯선 느낌이 남아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용어들 그리고 나름의 문화 등등이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다 해자(垓字)라는 단어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해자는 동물이나 외부인, 특히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성(城)의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물구덩이를 말합니다. 퇴직을 하고 맞닥뜨리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사람들도 해자입니다. 시간이, 공간이 그리고 나이가 만드는 벽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맘스커리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나온 경력과의 사이에 간극이 생겨, 다시 이어야 되는지 새로운 경력을 만들어야 하는지 해자 건너편에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분들에게 길라잡이가 되려하는 좋은 언론사 인 것 같습니다.
해자를 건너야 성을 차지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성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아시다시피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이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로또입니다. 그 대신에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되돌아가는 방법은 식은 죽 먹기이지만 그러기에는 또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법입니다.
저는 매일 사회적경제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50~100 페이지를 읽습니다. 글자보다는 메시지 위주로 읽기에 가능합니다. 해자를 메우거나 성문을 여는 길이라 생각하고 말 입니다. 주어진 환경을 깊이 인식하고 나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키워 놓아야 단절된 경력이 이어지거나 새로운 경력으로의 진입이 쉬워질 것입니다.
수많은 후배들이 대신하고 있을, 단절된 경력을 잇는 것보다 ‘맘스’의 커리어로 새로운 경력을 쌓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의 경험과 더 튼실해진 사고력을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기에 ‘맘스’라는 새로운 경력과 사회적경제는 좋은 조합이 될 것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엄청 줄어든 지금 이 사회적경제를 되려 순수하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수많은 교육과정이 있었지만 제 생각에는 백지상태가 더 좋다고 봅니다.
사회적경제는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사회의 환경, 노동, 육아, 교육, 빈곤, 장애, 다문화, 안전 등의 문제를 기업 활동을 통해서 해결하기 위한 모든 것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세상이 궁극적인 목표인 게지요. 더 이상의 수사(修辭)는 군더더기입니다. 단 하고자 하는 바가 굳건해야 합니다. 아니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그 다음은 어떤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내가 가장 잘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에, 그 고민을 나눌 ‘맘스’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사회적기업들이 지원이 끊기고 또는 오래가지 못하는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대표 혼자 끌어가느라 고생을 한다는 것이기에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할 정도의 친구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 환경과 접목해서 우리가 할 일을 찾아내는 것입니다.‘우리가 할일’을 경영학에서는 사업모델이라고 합니다. 사업의 기초인 사업모델이 잘 만들어져 있어야 안정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동네 자영업 간판이 자주 바뀌는 것이나 사회적기업이 오래지 않아 힘들어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업모델의 적합성과 지속가능성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낄 구멍이 없어진다는 시인 괴테의 명언이 있습니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모든 일에는 앞뒤 순서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그 첫 단추가 사업모델입니다. 사업의 경쟁력과 경제성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시간이 길고 야무질수록 보다 순조로운 사업 진행이 될 것이기에 여기서 부터는 경영학적 지식과 사고가 요구되는데 일대일 멘토링이 필요합니다. 단 멘토(Mentor)를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내 것이 됩니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그동안 제가 생각해 놓은 맘스 커리어로서 해볼 만한 사업모델을 소개해 봅니다. 일인 가정이 늘어가고, 가정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고들 합니다. 다들 바쁜 탓(?)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맘 한 편에는 집밥이 있습니다. 나와 우리가 아쉽고 필요한 부분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식이나 건강식, 특이식 제공은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빈 공간을 활용한 아나바다형 사업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또한 우리는 각자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이 하나둘씩은 있습니다.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인형 일수도, 엄마에게 물려받은 배냇저고리, 조각보, 반짇고리, 반지나 목걸이 일수도 있는데 시간이 흘러 낡았지만 버리기에 아까운 그 물건을 수선하고,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켜주는 사업도 괜찮습니다. 인형병원이나 목공소 형태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 육아, 돌봄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편의점 등에서 보내지 않도록 학습 지도와 아동 상담 등을 사업으로 연결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등교시킨 후 브런치 카페에서 동료 엄마들과 고민을 나누고 공부하는 시간부터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있는, 나를 주저하게 하는 해자는 누가 메워주지도, 나를 꺼내 주지도 않을 것이기에 내 스스로가 없애야 합니다. 내가 준비를 야무지게 하고 성문을 열어 제치고 해자를 두 다리로 나설 때에야 해자는 든든한 신작로(新作路)로 이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맘스 커리어 또한 나의 선택, 나의 한 걸음에서 시작됩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
"The God could not be everywhere, therefore he made mothers."
유대인 속담
맘스커리어 /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bonggeun09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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