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늘봄학교 시범 운영...아이는 오후 8시까지 학교에?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3-01-13 11:00:20
초등학교에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늘봄학교 도입
올해 시범 운영 거쳐 2025년 전국으로 확대
돌봄 정책에 아이의 행복권도 고려돼야
올해 시범 운영 거쳐 2025년 전국으로 확대
돌봄 정책에 아이의 행복권도 고려돼야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교육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늘봄학교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시범 교육청 관내 약 200개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내년에는 시범 교육청을 7∼8개로,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늘봄학교에서는 학교의 정규 수업 후부터 오후 5시까지 기초 학력·예체능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지능(AI)·코딩·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 방과 후 프로그램도 개설할 예정이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운영되는 저녁 돌봄에는 도시락 등의 석식과 간식, 그리고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특히 희망하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대 1학기 동안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정규 수업 후 교실에서 진행되며 놀이 체육·요리 교실·민속놀이·보드게임 등 체험 중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또한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일시 돌봄 서비스도 운영한다. 일시 돌봄은 전날까지 신청을 받아 하루 또는 일정 기간 동안 오후 5시 이후에 돌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현장의 반응은 혼란스럽다. 늘봄학교로 교사와 돌봄 전담사의 업무 부담이 과중될 수 있고 구체적인 교육 계획과 인력 충원 방안 없이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자칫 학교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방과 후 운영체제를 단위 학교에서 교육청 중심의 지역 단위로 개편하고 올해 전담 인력 120명을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늘봄학교에 총 4조2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늘봄학교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누구나 학교에 아이를 8시까지 맡길 수 있다면 일하는 엄마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의 수가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만 6~8세의 나이에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지내야 하는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늘봄학교가 아무리 좋은 시설과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 양질의 식사와 간식을 제공한다 해도 늘봄학교는 학교일 뿐 집과는 다르다. 아이들은 돌봄 선생님이 있는 교실에서 내 집처럼 마음 편히 쉬거나 자유롭게 놀 수 없다. 예민한 아이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저 늘봄학교를 이용하지 않고 먼저 집에 간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엄마의 퇴근 시간을 목 빠지게 기다릴 것이다.
현재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는 학부모 김씨는 "아마 대부분 여건이 되는 부모들은 그보다 더 이른 시간에 아이들을 데려가거나 학원으로 보내고 정말 어쩔 도리가 없는 소수의 아이들만 저녁 늦게까지 남아 있을 것 같다"며 "초등 저학년이라 해도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인데 학교 돌봄보다는 가정 돌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모가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신설되는 돌봄 정책에 돌봄 당사자인 아이의 행복할 권리가 희생돼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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