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출생신고, 이제 생부도 가능해진다!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3-04-12 13:10:37

헌법재판소, 생모만 출생신고 가능한 현행법 헌법불합치 결정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인정받아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는 혼외자 출생신고를 생모만 할 수 있다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의무가 있다.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어머니’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때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려고 한다면 ‘생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때 가정법원의 확인도 필요하다. 

생모가 다른 가정을 꾸렸다면 생부는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다. 넥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더 글로리’를 예로 들어 보자. 전재준은 내연 관계였던 박연진이 자신의 딸 하예솔을 남편의 딸로 키운 것에 분노한다. 양육권을 가져오고 싶어 하지만 변호사는 딱 잘라 어렵다고 말한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박연진은 하도영과 결혼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기에 그 가정의 자녀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민법이 그렇다. 

만약 박연진이 아이를 가졌을 때 남편 딸이 아님을 알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전재준에게 보냈다면 어땠을까? 예솔이의 출생신고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박연진이 남편 하도영에게 ‘알고 보니 전재준 자식이어서 전예솔로 출생신고를 해 달라’라고 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상에서 박연진은 낯 두껍고 이기적인 캐릭터로 나오지만 그것까지 요청하긴 어려웠을 터다.

헌재 역시 이 점을 지적했다. 혼외자에 대한 생부의 출생신고를 어렵게 한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출생등록은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는 첫 단계이자 인격을 형성해 나아가는 전제”라며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대한 이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라고 판시했다. 

이어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해당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자녀는 사회보장 수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유로이 인격을 발현하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고 했다. 특히 이 재판관은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부모에 의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아동의 출생에 관여한 의료기관에 의해 출생사실이 통보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보충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이 즉각 효력을 잃지는 않는다. 헌재는 해당 조항을 없애면 혼외자 출생을 신고할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며 늦어도 2025년 5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김지환 아동인권단체 ‘아빠의 품’ 대표는 EBS ‘뉴스 브릿지’에 출연해 “정말 많은 분이 좋아하고 같이 기뻐해 주셔서 고마웠다”라며 감격해했다. 이어 “사실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기본권인데 그것이 뒤로 밀리고 다른 것들이 더 앞서 있다는 게 너무 답답했는데 헌법재판관님들이 아이들의 인권을 우선으로 바라봐줬다는 것에 저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 대표는 “법과 제도를 만들다 보면 사각 속에 또 사각이 있는데 발생 가능성이 보이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검토해 법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무엇보다 아이들 이익이 우선이 되어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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