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경제] “적금 해지를 해달라구요?”…사상 초유 적금 해지 요청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2-12-16 11:00:34
해지하면 이자도 제대로 못 받고 20일 제한에 걸려 새 적금도 못 들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 씨는 지난달 동경주농협에서 8.0% 금리로 정기 적금을 들었다가 지난 7일 해지 요청 문자를 받았다. 김 씨는 고민하다가 끝까지 버티다 은행이 망하면 원금마저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해지했다. 앞으로는 지역농협 적금을 더 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지역 농협과 신협에서 판매한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에 많은 예수금이 몰리자 해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동경주·남해축산·합천 농협과 사라신협 총 네 곳에서 과도한 자금이 몰려 감당하기 어렵다며 고객들에게 해지를 호소하는 문자를 보냈다.
남해축산농협이 적금 가입자들에게 보낸 문자에 따르면 연 10.35% 적금을 대면으로 100억가량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직원 실수로 잠시 비대면으로 풀리면서 1000억 이상 예수금이 유입됐다는 것.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에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라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를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호소했다.
동경주농협도 지난달 25일부터 판매한 최고 연 8.2% 정기 적금을 고객들에게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합천농협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5일 최고 연 8.7% 특판적금을 출시했는데 가입금액 제한을 두지 않고 비대면 가입도 가능하게 설정했다. 그런 탓에 많은 예수금이 몰려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협 가운데에서는 제주 사라신협이 연 7.5%를 제공하는 12~23개월 만기인 자유적립식 적금을 내놨다가 돈이 몰리자 해지해 달라며 읍소했다.
소비자들은 은행의 대처에 불만을 토로했다. 동경주농협 적금을 해지한 소비자는 “열흘이나 지난 뒤에 이런 요청을 받으니 화가 난다. 해지해 달라는 문자를 받기 얼마 전까지 적금 가입도 가능했다”라며 “일 처리가 너무 답답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적금을 해지했으나 20일 제한에 걸려 다른 상품을 가입하기도 어렵다. 한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면 영업일 기준 20일이 지나야 다른 은행에서 새로운 통장을 만들 수 있도록 금융사 대다수에서 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만약 해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금감원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고객이 적금을 유지한다면 일부 조합에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중앙회 차원에서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호금융 중앙회는 개별 조합에 고객들이 맡긴 돈을 보관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자기자본의 5배 수준까지는 긴급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것. 만약 조합이 파산하면 다른 조합이 인수·합병하도록 유도해 고객 자금을 보호한다. 기존 적금 계좌는 승계된다.
그동안 고금리 특판의 경우 가입 경쟁이 심해 잘 살펴보지 않고 가입부터 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특판의 경우 악화된 재무 상황을 단기에 극복하고자 이런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라며 “상품 가입 전 홈페이지에 올려 둔 조합의 경영지표를 참조하거나 재무 상황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에 가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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