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선물이 가득한 산타 양말…“당신에게 양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 2024-11-29 09:40:59

태환강직, ‘친환경 양말, 패션의 시작’ 주제로 전시·팝업 진행
양말목 새활용 작품으로 환경부장관상 수상한 김수경 작가와 협업
15일에는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방문해 양말 활용한 작품에 관심↑
“사계절 매일 신는 양말, 이제 새로운 패션의 영역으로”

 

▲강태환 태환강직 대표.[사진=박미리 기자]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매년 크리스마스를 준비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자기 전 양말을 걸어두는 것. 다음날 산타가 양말 속에 넣고 간 선물을 확인하는 건 소소한 즐거움이다.


산타가 매년 선물을 넣어주는 양말. 양말은 우리가 사계절 매일 신고 있지만, 단순히 소모품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옷차림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강태환 태환강직 대표가 전시·팝업을 기획한 이유다.

태환강직이 11월 12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 성동구에 소재한 서울도시제조허브에서 ‘양말’을 주제로 전시·팝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양말목 새활용 작품으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김수경 작가와 협업해 진행됐다. 양말을 만들 때 발가락 부분을 봉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말목(양말밥)을 활용해 펜꽂이, 가방, 소파커버, (고양이)숨숨집 등 다양한 제품으로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 주제가 ‘친환경 양말, 패션의 시작’이에요. 주제를 이렇게 정한 이유는 양말이 그냥 단순히 생필품으로만 신는 게 아니라 패션의 영역이 됐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에요. 장갑이나 목도리는 패션으로 보는데, 사계절을 신는 양말은 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해외에서는 양말을 패션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양말은 패션이고, 그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이고요. 전시장을 다녀가시는 분들도 양말을 볼 때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양말과 사랑에 빠진 남자, ‘친환경 양말 산업 활성화’에 나서다

태환강직은 직업군인이었던 강태환 대표가 전역 후 설립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전역 후 시민단체 활동을 했고, 주민자치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도봉양말협동조합에서 이사로 일했고, 자연스럽게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강태환 대표는 “사실 처음에는 옷걸이의 폐철사와 양말목, 종이 지끈으로 만든 친환경 고양이 낚싯대로 펀딩을 했었다.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이 복잡해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고, 도봉양말협동조합 이사장님께 조언을 구해 ‘친환경 양말’로 포커스를 맞췄다”고 태환강직을 설립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양말산업 활성화를 위한 태환강직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특히 양말목은 산업폐기물로 분류된다. 분해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반면 탄성이 높고, 색깔도 다양하다. 양말목이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전시장에 다양한 양말목을 활용한 작품들과 양말이 전시됐다.[사진=박미리 기자] 

 

“이건 폐그물이에요. 폐그물은 대부분 나일론으로 만들어지거든요. 양말에도 나일론이 무조건 사용돼요. 그래야만 탄성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나일론은 썩으려면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려요. 최소 100년은 걸릴거예요. 그러니까 가연성 폐기물로 소각해야 해요. 그러면 필연적으로 탄소가 생깁니다. 결국 양말도 소각해야 하는데, 탄소가 생기는 거예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폐그물과 남는 니트 실을 활용해 만든 작품은 단순히 귀엽고 예쁜, 작품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양말이 버려지는 과정에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버려지는 양말목을 작품으로 탄생시킨 이유를 작품으로 설명해 낸 것이다.

양말목 직조를 통해 만든 작품들도 전시됐는데, 색감을 적절하게 배치해 그라데이션을 표현하기도 하고, 선(線)이나 무늬를 표현했다. 양말목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 강 대표는 작품을 보며 “직조로 만들어 튼튼하다”며 웃었다. 강태환 대표는 “작가님이 2년 전에 환경부장관상을 받으셨을 때 환경생태공모전에 양말목으로 한국적인 색감을 표현하는 작품을 내셨다. 심사위원들이 작품의 색감을 보고 ‘이게 한국의 색이다’라고 평가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색감의 배치에 따라 양말 폐기물이 아닌 작품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한 켠에는 시골집에 걸린 빨랫줄에 널어놓은 양말이 보였다. 오송코리아, 삭스투유, 동해섬유 등에서 생산하는 양말이다. 그는 “삭스투유의 (아동)양말이 전시된 곳에는 자녀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포토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긴 빨랫줄이 늘어지지 않도록 바지랑대를 댔다. 굳이 바지랑대를 댄 이유는 (양말 산업 종사 등과 같은)소상공인들이 쓰러지지 않고 잘 버텨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전시장에 일부러 작가님이 직접 작업하실 때 쓰셨던 직조 벨트를 뒀어요. 옆에 양말목도 있으니 관람객 누구나 원하시면 직접 체험해 보실 수 있도록요. 지난주에도 몇몇 분들이 오셔서 체험해 보고 가셨어요. 작품이 아기자기하고 전시장 위치가 성수동이다 보니, 젊은 여성분들이 많이 보러 오시고 체험도 하세요.”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강태환 대표.[사진 출처=태환강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님은 어떻게 오게 되신 거예요?”  

 

“전시가 진행되는 서울도시제조허브에서 간담회가 있었어요. 장관님이 간담회에 오시게 됐는데, 오신 김에 저희 전시장에 들르신 거죠. 그런데 작품 색감이 다양하고, 전통매듭 방법을 활용하는 등 아기자기한 작품이 많아서인지 예정된 시간보다 더 오래 보고 가셨어요.”

강태환 대표는 “장관님에게 양말을 생산할 때 봉조 작업 과정에서 양말목이 생기는데, 사실 양말목이 생기지 않는 친환경 기계가 있는데, 기계를 도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드렸다”고 했다. 양말 생산업체들은 영세하게 운영되다 보니 직접 기계를 구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친환경 양말 생산 기계를 도입하면 양말목이 생기지 않으니 산업폐기물 쓰레기도 줄어들고, 생산에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불량 양말이 발생하는 비율도 적다”며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태환강직은 올 연말·연초, 규모를 확장한 전시 팝업에 도전할 예정이다. ‘양말’을 주제로 김수경 작가를 비롯해, 유명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과 커피 업체와의 협업 등 특별한 도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강 대표는 “우리는 여행을 가거나 외출을 할 때 양말을 늘 가지고 다닌다.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면서 “과하지 않게, 하지만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수단이자 요소로 양말이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웃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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