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지역소멸 시대,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 2024-11-07 09:40:48
‘인구 위기 시대, 사회적경제가 그리는 지역의 미래’ 주제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관계, 시민 밀착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지역’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인구감소’입니다. 그리고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의 인프라와 교육 등에 위축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 포럼은 회복탄력성, 주거문제, 지역공동체 등에 대한 주제를 갖고 논의를 하는 자리입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위기, 수도권 집중 현상은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방식으로 인구위기, 지역소멸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청년이 지역에 남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역을 사람의 발길이 드나드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오전에는 6개의 주제로 학술포럼이 진행됐다. 그중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인구위기 시대, 사회적경제가 그리는 지역의 미래’에서는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논의했다.
지역에 사람이 떠나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역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지역 인프라가 무너지고, 경제성장도 멈추게 된다. 최근 미디어에서 매일 보도되는 ‘인구소멸’, ‘지역소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인구감소지역을 선정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1년 전국의 89개 시군구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에는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정부출연금 1조원을 지원하고,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에 소재한 중소기업을 위해 3700억원 규모의 특례 대출과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인구감소지역 중소·벤처기업의 투자를 위해 200억원 규모의 ‘인구활력펀드’ 조성하는 등 지역에 사람이 머물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간에서는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눈에 띈다. 사회적경제는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지역에 사람이 남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정리하면 사회적경제는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회복탄력성이란 이전보다 더 나아진 상태를 말하는데, 송원근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내가 병에 걸렸다가 나았을 때, 이전보다 맥박도 훌륭하고 순환도 잘되고, 관절도 훨씬 더 좋아지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회복탄력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가 인구위기와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방법
그렇다면 사회적경제가 지역(마을)에 사람이 남도록 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날 포럼에서는 ▲위스테이지축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덕산청년마을 등 세 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그중 대표적으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지축 사례를 들 수 있다. 위스테이지축은 약 2500명 정도가 거주하는 주거협동조합으로, '위스테이별내'와 '위스테이지축' 등 두곳이 있다. 위스테이별내는 2020년 입주했고, 2년 후 위스테이지축이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위스테이별내에서 운영되던 방식에서 육아 및 보육과 관련된 부분을 보완해 운영하고 있다.
송아영 위스테이지축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는 독특하게도 입주 전 조합원들과 ‘커뮤니티 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안에서 실제 거주시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파악, 취합, 실행하는 기간을 거졌다”면서 “안정적인 주거를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조합의 가치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보육’과 관련된 부분이 굉장히 큰 니즈로 입주 전부터 많이 말씀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입주 전부터 마을공동체를 준비한 것이다.
또 독특한 점은 영리활동보다는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보니 자회사를 만들어 편의점이나 아이스크림 가게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수익금은 아이돌봄이나 보육 프로그램비로 사용한다. 송아영 이사장은 “선생님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이웃들이다. 그러다보니 간헐적이지만 마을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긴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위스테이지축에 살기 전 4년 정도 강원도 태백에서 살았다. 대표적인 지역소멸도시 중 하나로 언급되다 보니 그 안에서 엄청난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사실 지자체나 소멸도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위스테이지축에서 시행하는 아파트(마을)단위의 프로그램이라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키워드, ‘책임과 신뢰’ 그리고 ‘세련된’이 포함된
하지만 아직 사회적경제는 갈길이 멀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비용 등의 한계에 가로막히다 보니 합의점을 찾아 소위 '대충' 하는 조직도 있다. 전충훈 지역활성화랩 마르텔로 대표는 “사람들의 눈이 많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사회적경제의 키워드인 책임과 신뢰에 ‘세련됨’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역소멸문제를 사업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안 된다. 회계연도가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사람과 삶을 연결해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각자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 대표는 ”행정은 인프라를 만들고 (논의)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민간은 행정이 하는 일이 아닌, 실행하고 실험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활동으로 의료돌봄을 수행하는 민앵 한국의료돌봄컨설팅협동조합 상임이사 역시 이에 동의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인프라를 깔고 테이블을 만들어달라. 우리는 행동하게 해 달라. 각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민간의 자율 자치를 하는 것에 대해, 자율 자치성을 헤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지원과 투자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공공에서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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