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하루에 단 5분, '나만의 Me Time'을 가져보세요"

최영하 기자

yhchoi@momscareer.co.kr | 2022-08-17 10:50:39

신간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의 방수진 작가
"결혼·임신·출산·육아의 모든 과정이 숭고하고, 귀한 시간입니다"


▲방수진 작가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세 아이의 엄마로 살며 잠시 자신의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능력을 잊고 지내던 방수진 작가. 방 작가는 아버지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게 됐고, 경력 단절을 극복한 인기 작가로 거듭나게 됐다고 한다. 그림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작업에 푹 빠진 방수진 작가를 만나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능력과 재능을 어떻게 찾았고, 어떻게 용기낼 수 있었는지 자세하게 들어 보았다.

 

-먼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출간된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이유와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을 찾게 된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아 온 삶의 여정이 담겨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저의 재능을 알아보셨지만 저는 취미를 벗어나지 못했죠.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가슴 한구석이 늘 답답했어요. 취미라고 여기기엔 만족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거든요. 결혼하고 난 뒤, 태어난 아이들은 제가 화가라는 걸 알게 해주었어요. 아이들이 다닌 미술학원 선생님의 말씀이 “화가인 엄마를 닮아서 색감이 달랐군요”라며 칭찬을 해 주셨는데 그 순간 깨달았어요. 화가가 되고 싶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다시 시작한 그림 속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그림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작업에는 많은 흥분이 생겼어요.

 


-책에 아이들 셋을 키운 주부로서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림도 글도 저의 삶이 투영되어 있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 이전에 아이 셋 엄마인데요. 아이 셋 엄마의 역할과 그림 그리는 사람에 대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어요.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그림과 글에 녹아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첫 책<볼빨간 삐딱이>를 2021년에 출간하고 1년 만에 다시 작품을 내셨는데, 글을 쓰는 것에 남다른 재능이 있으셨나요?

재능은 없어요. 아빠가 제게 보여주시고 들려주신 삶의 태도인 ‘성실함’ 때문에 그림 그리는 사람이 글을 쓸 수 있음을 고백해요. 그림이 있었기에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텍스트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한다면 상상하지 못할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죠. 스스로 표현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면서부터 알게 되었어요. 그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였고 결국 그림이 바탕 되지 않았다면 이야기도 들려주지 못했을 거예요. 

 

-책을 내면서 혹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가족이 겪은 아픔을 현실에서 그대로 투영하고 느껴야 한다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뇌암 판정과 수술, 그리고 죽음까지의 과정을 목도하면서 글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 과정이 제일 힘들었어요. 고통스러운 기억의 파편들을 글로써 승화하는 것은 조각난 퍼즐을 맞추어야 하는 것처럼 괴로운 일이거든요. 늦게 시작한 글쓰기는 그림에 비해 직관적이어야 했고 직관적인 글이 저에게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했습니다.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기에 성실하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어요. 

 


-책 출간과 동시에 북콘서트. 전시회를 함께 열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북콘서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독자분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독자들은 ‘아! 이렇게도 책을 낼 수 있는 거구나’ 하고 신선하게 생각해 주셨어요. 1쇄 출간 후 한 달여 만에 2쇄를 찍게 되었고 큰 글씨 책과 e북도 출간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만든 서로 다른 방식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생각과 맞아떨어졌나 봐요. 아낌없는 사랑을 주신 점은 작가로서 감사하고 가장 행복한 일이지요.

 

세 아이 중 기질과 성격이 가장 비슷한 아이는 둘째예요. 비슷하다 보니 이해되고 모른 척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많지만 저의 못난 부분을 쏙 빼닮은 아이를 보면 속상할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제겐 둘째가 가장 아픈 손가락인데요. 북콘서트 때 아이와 관련된 질문을 했어요. 한 분이 문제를 듣자마자 손을 들고 큰 목소리로 “둘째요!”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음성이 제 가슴에 그대로 꽂히더라고요. 동감의 울림을 느끼게 해준 분이었어요! 제게는 “둘째요!”가 “방수진 작가요!”로 들렸거든요.

 

-수채화가 책 속에 가득한데 글과 그림을 섞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출판 두 번이나 했지만, 작가라는 호칭보다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어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일기 쓰는 것을 즐겼는데 그림일기 속에 글을 담았던 그 습관이 현재 모습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고, 지금까지 썼던 글을 그림과 함께 엮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덕분에 화가보다는 작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대다수 책이 글에서 보이는 삽화 수준이라면 제 책에서는 그림과 글이 조화를 이루어 그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이고 하나의 메시지로 이해되길 바라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유화와 아크릴이 아닌, 수채화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고등학교 시절 ‘어떤 직업이 유리할까’라는 것에 집중되어 있어서 회화보다는 상업적이고 취업에 유리한 시각디자인과를 선택했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그림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를 우선으로 선택한 그림이었지만 마음속에 진짜 하고 싶은 수채화가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이 던져 준 자극이 붓을 다시 잡게 했지만 잊고 있던 갈망을 다시 찾고 싶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을 또 다른 색채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전시회 그림 중 가장 각별하게 보았으면 하는 작품이 있나요?

<깊은 밤을 건너며> 작품이에요. 떨켜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지가 떨어지면서 남긴 흔적이 자작나무의 옹이에요.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걸어가죠. 하나로 태어나 둘이 되고 다시 하나가 된 후 사라지는 인간 모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죽는다고 생각해요. 자작나무를 그리면서 제게 질문을 던졌어요. ‘자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니.’, ‘타인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니.’, ‘남아있는 인생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니.’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과 타인을 돌아본 후 내일을 생각했어요. 저는 죽음을 어둡게 생각하지 않아요. 죽음은 아빠를 떠오르게 하고 지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죠. 죽음의 밝은 빛과 마주하고 계신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아빠를 상징하고 있어요. 

 

-화가가 사랑한 화가, 좋아하는 작가나 롤 모델이 있으세요?

빛의 화가라고 불리는 모네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살바도르 달리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두 화가의 조화를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빛에 의한 아름다운 변화와 초현실적인 세상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를 그리고 싶어요. 

 

-방수진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그림’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좋은 그림’이란 관람자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관람자가 말 없는 그림을 보며 위로, 기쁨, 편안함, 슬픔, 고독 등의 감정과 마주한 후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때 행복을 느껴요. 

 

-준비 중이거나 구상 중인 차기작에 대해 귀띔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천직이라 여기고 있고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림 계약이 아니라 두 번째 책 출간 전에 세 번째 책 출간을 계약하게 된 걸 보면 제 그림보다 글이 더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렇지만 전 작가보다는 화가가 되고 싶고 화가에 어울리는 글을 쓰고 싶어요. 세 번째 책에는 더 성숙한 그림과 글이 담길 수 있도록 준비할 거예요. 두 번째 개인전을 위해서 작가의 역량을 만드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현재 경력단절 여성들이나 엄마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셋째가 네 살 되던 해까지는 육아와 아이 교육에만 전념했어요. 엄마로만 살다 보니 삶의 균형이 무너졌고, 힘들어하는 저에게 아버지는 그림을 다시 그려보라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는 세 아이 엄마로서만이 아닌, 방수진으로도 살아가기를 원하셨죠.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자 저와 마주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의 모든 과정이 참 숭고해요. 귀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 속에서 잠깐 짬을 내서 나를 위해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하루에 단 5분이라도 나만의 Me Time을 꼭 가져 보세요. 그 시간들이 쌓여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내면과 마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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