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기억합니다"…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5-08-07 09:40:53

기림의 날 맞아 전국 곳곳서 다양한 행사 열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이날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외침을 기억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201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기림의 날이 8월 14일이 된 이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기 때문이다.


1991년 8월 14일 기자 회견장에 선 김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거짓말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참혹한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그녀의 용기 있는 증언은 전국의 피해 생존자들을 움직였고 침묵으로 가려져 있던 역사의 한 페이지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 팔을 끌고 이리 따라오라고. 안 갈려고 하니까 발길로 차면서 내 말에 반항하면 너는 여기서 죽는다고. 결국은 계집애가 이 꽉 물고 강간을 당하는 그 참혹한... 이것은 알아야 합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

고 김학순 할머니의 묵직한 증언은 아직도 우리 마음 한구석을 뻐근하게 만든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진실을 기억하기 위해,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연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사진=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2025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용기와 연대로 되찾은 빛, 평화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날 행사는 기림 공연과 청소년 작품 공모전 시상식 등과 함께 피해자들의 존엄을 기리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나누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경기도는 기림의 날을 앞두고 도내 10여 개 시군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먼저 9일 광주시 나눔의집에서는 기념식과 함께 흉상 제막식, 디지털 휴먼 퍼포먼스 등이 열리며 수원 화성행궁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부스와 사진전이 마련된다. 이어 13일 화성시 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헌화식과 함께 문화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해외 7개국 10여 개소 소녀상에 꽃을 배달하는 캠페인도 추진됐다.

눈에 띄는 것은 AI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대화형 퍼포먼스다. 9일 기림의 날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이는 디지털 휴먼은 인공지능이 사진과 음성자료를 바탕으로 피해자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구현해 참석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후세대와 마주 앉아 대화하며 세대를 초월한 기억의 전승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대구에서도 의미 있는 자리가 이어진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오는 9일부터 14일까지를 추모 주간으로 정하고 9일 오전 11시 2·28기념중앙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참석해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어 14일 오후 7시 30분에는 한영아트센터 안암홀에서 '할머니께 바치는 위로와 희망의 노래'를 주제로 한 음악회가 열린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온라인 예매를 통해 참석할 수 있다.  

 

▲[사진=아산문화재단]

 

충남 아산에서는 문화 예술로 기억을 전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아산문화재단은 오는 15일 오후 4시 아산시평생학습관 아산아트홀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린 연극 '뚜껑 없는 열차'를 무대에 올린다. 고통과 절망, 그리고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녹여낸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티켓은 아산문화재단 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다.

한편 피해자들의 삶을 기록하고 기억을 보존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의 디지털 아카이브인 '아카이브 814'는 2020년 8월 14일 개관해 현재까지 국내외에 산재한 관련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이곳에는 일본 정부의 공문서, 재판 기록, 국제기구 문서, 피해자 증언과 언론 자료 등 디지털 기록이 정리돼 있으며 누구나 접속해 진실의 기록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림의 날을 맞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책임과 연대로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해보면 어떨까. 기억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 의미를 갖는다. 8월 14일, 이제 우리가 그날의 용기에 응답해야 할 때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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