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미혼모를 선입견 없이 바라봐 주세요"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2-12-23 13:00:06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엄마가 만들 수 있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마리에뜨는 천연 디퓨저와 향기필터 샤워기, 생활용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성분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고, 품질이 좋아 아토피가 있는 아이 엄마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다. 마리에뜨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수익금으로 미혼모 자립을 돕는다. 그들의 자립을 돕는 건 사실 아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양차민 대표는 버려지는 아기들이 없도록 엄마가 잘 살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 최근 마리에뜨는 임팩트 인소셜 창업센터를 만들어 창업팀을 돕는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양차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먼저 양차민 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회적기업 마리에뜨 대표 양차민입니다.
- 마리에뜨는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름을 마리에뜨라고 지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회사명인 마리에뜨는 조합어인데요, ‘엄마의 마음’ ‘아기의 리듬’ ‘우리 에너지’ ‘사랑의 뜨락’이라는 뜻을 한데 담았습니다. ‘엄마의 마음’에서 ‘마’ ‘아기의 리듬’에서 ‘리’ ‘우리 에너지’에서 ‘에’ 그리고 ‘사랑의 뜨락’에서 ‘뜨’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생명을 지켜낸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우리 모두 사랑의 가정을 지키자’라는 의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마리에뜨 생명 캠페인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 미혼모들에게 물품을 줄 때는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선택하고 받을 수 있게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보통 기부는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대개 기부하는 사람의 경우 줄 수 있는 걸 제공하는 권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받을 수 있는 걸 선택할 권리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기부받는 사람 역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소소하게나마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마리에뜨 후원물품몰 홈페이지에 다양한 물품을 올려 두었습니다. 까페에서 인증코드를 받은 다음 후원물품몰에서 원하는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아서 결제하면 됩니다. 택배비는 별도지만 물품은 전부 무료입니다. 디자인, 색깔, 품목이 다양하게 있어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2016년부터 마리에뜨를 운영하며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고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설립한 지 2년 정도 됐을 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나’ ‘이 방향이 제대로 된 것인가’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또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생기면서 혼란스러웠는데 이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 무렵 진흥원에서 해외 연수를 갈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스웨덴, 핀란드를 다녀왔는데 많은 사회적기업을 방문해 그들의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 마리에뜨가 가고자 하는 모델이 되는 알코올중독자를 돕는 사회적기업을 만났습니다. 그 기업은 제가 하고 있거나 하려고 한 것, 실패할까 주저하고 있는 것 등을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설립한 지 25년이 되어서야 사업 기틀이 잡혔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2017년, 저는 미혼모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 주는 임대사업을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소액이라도 월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시의 사회 통념상 제 생각이 옳지 않다며 설득하고 어떤 사람은 저를 돈 욕심 부리는 사람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한데 그 기업에서는 이미 그런 사업을 순조롭게 해내고 있었습니다.
또 당시 저는 미혼모 쉼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쉼터를 졸업한 사람이 독립해 나가 살 수 있는 공간이나 쉼터와 왔다 갔다 하며 지낼 수 있는 곳 등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것 역시 그 기업에서는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기업을 보면서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습니다. 먼저 간 사람이 있는 걸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 뒤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 갈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마리에뜨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셨을 때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20대 때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교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교희는 120일 정도 세상에 있다가 하늘나라로 갔는데 그때 저는 교희와 ‘세상에 아이들이 죽어가는 일이 없도록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를 했을 때도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종종 미혼모들이 후원물품몰에 남겨 준 메시지에 기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제가 하는 방식을 좋아하며 지지해 줄 때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같이 가고 있는 게 맞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예쁜 식기에 밥 먹는 걸 좋아하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며 놀랍고 또 기뻤습니다. 어떤 분은 집에 제대로 된 식기가 없었는데 후원물품으로 받아서 좋다며 이제 엄마 아빠가 오셔도 음식을 번듯하게 차려낼 수 있어 기쁘다고 남겨주었습니다.
제가 하는 방식이 저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지만 부족한가 혹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잘 맞아떨어졌다'라는 생각이 들면 뿌듯한 감정이 들곤 합니다.
- 미혼모에게 혹은 마리에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시다시피 기부에도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기부하거나 재능기부를 할 수도 있겠지요. 마리에뜨에서는 조향학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함께할 수 있는 공방이나 조향사 분들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원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언제든 주십시오.
또 저희가 향기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공모전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향기 샘플을 드린 다음에 그걸 가지고 이름을 지어 보거나 혹은 조향을 해 보는 것입니다. 조향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는데 향을 원하는 대로 섞은 뒤에 이걸 전문가들이 보면서 제품으로 만들기 좋은 걸 뽑는 것이지요. 그걸 제품화해 보려고 합니다. 청년부, 한부모가족부, 일반부 등으로 부분을 나누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런 조향학교나 공모전을 통해서 미혼모나 형편이 어려운 청년 등 사회 취약계층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업 스폰을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교를 통해서는 조향사를 배출해 내고, 공모전을 통해서 신제품 론칭을 준비 중입니다.
이 향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는 공모전 역시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향이 나오기까지 사연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향에 맞는 디자인을 얻기 위해 또 하나의 이야기가 생길 것이고요. 또 이걸 구입하는 분들은 향을 통해 다른 이를 돕게 될 것입니다. 국민이 향을 통해서 서로의 삶을 돕고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요. 그래서 제목을 ‘향기로 숨을 불어넣다’로 정했습니다.
- 지난 6월 임팩트 인소셜 창업센터를 개소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미혼모, 한부모가정 등에게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교육을 통해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창업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자 만들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리에뜨도 창업팀으로 시작했기에 창업 시기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잘 알고 있거든요. 함께 고민을 해결해 보고 또 지원할 수 있으면해서 임팩트 인소셜 창업센터를 개소했습니다.
- 임팩트 인소셜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창업과 관련해 공간, 교육, 멘토링, 공공사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경제 및 소셜벤처 등 사회문제 해결에 비즈니스모델을 접목시킨 창업팀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설립하려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제가 가장 잘 압니다. 저도 창업을 할 때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누군가 도와준다면 훨씬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창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서류적인 부분도 갖추어져야 하고 고민하고 생각해 볼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게 다 세팅이 되어야 하는데 미혼모,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에게는 더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들어와 배울 수 있는 곳을 만든 것입니다. 또 자립해서 일할 수 있는 곳 역시 필요하잖아요. 다양한 부서가 있어서 자신이 할 수 있거나 해 보고 싶은 일을 하면 됩니다. 상세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면 디자인 부서에서, 제품 촬영이 가능하다면 홍보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하고 싶다면 상품 제조를 도와줄 사람도 있습니다. 또 센터를 통해 창업한 사람이 많아지면 고용도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그래서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자주 자리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혼모가 있다면 마리에뜨에 어떻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요?
먼저 회사로 연락 주시거나 카페에 가입하시면 됩니다. 회사 번호는 070-8805-1280입니다. 전화가 어려우시다면 네이버 카페에 ‘마리에뜨 숲’이라고 검색하면 나옵니다. 전화를 하거나 저희에게 글을 남기면 지원할 수 있는 걸 답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아주 크게 무언가 해 드리진 못합니다만 서울 성모병원과 연계가 되어 있어서 의료 관련한 도움을 드리거나 후원물품몰을 통해 물품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까페에 가입하는 이유는 인증번호를 받아야 후원물품몰에서 물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까페에서 소소한 이벤트도 하고 있는데요. 매년 새해에 귤 이벤트를 벌입니다. 제주 농가와 함께하는 이벤트로 ‘오천 원의 행복’입니다. 오천 원만 내면 귤 한 박스를 집으로 배달해 드립니다. 제주 농가도 돕고 귤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반응이 좋습니다. 이렇게 분기별로 이런저런 이벤트도 있답니다. 또 번외로 글을 남겨주시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드립니다.
- 자녀를 키우고 있는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마리에뜨는 ‘모든 생명을 지킨 엄마들을 존중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녀를 소중히 양육하고 있는 모든 가정에 축복을 빕니다. 저는 결혼도 못 했고 자녀도 없어서 그런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게 보입니다. 저희 부모님을 포함해서요.
같은 엄마로서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를 볼 때 선입견 없이 바라봐 주면 좋겠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엄마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를 응원하고 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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