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부모는 내가 아니라 내가 맡은 역할... 그냥 나의 삶도 행복하길"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3-09-01 14:10:28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불안 많은 아이 강점도 많아... 이해하고 기다려 줘야"
▲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사진=그로잉맘]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이다랑 대표는 부모와 자녀의 기질ㆍ놀이분석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육아 전문기업 그로잉맘을 운영한다. 또 교육, 강연, SNS 등을 통해 부모들의 궁금증과 불안함을 해소해 준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아동발달심리를 공부했다. 연구소와 여러 기관에서 아이와 부모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KOICA 프로젝트매니저로 에티오피아에서 부모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이런 화려한 경력을 지닌 이 대표도 출산 후 아이를 양육하며 무척 힘이 들었다.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며 ‘전문가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부모는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그로잉맘은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 뭐 잘못하고 있진 않은가’ 하는 고민에 빠진 부모에게 답을 주고 육아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최근 불안과 두려움이 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위해 <불안이 많은 아이>를 집필하기도 한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먼저 대표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온라인 육아분석·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로잉맘의 창업자이자, 현재 ㈜자란다 아이성장연구소 소장을 겸직하는 이다랑입니다. <아이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 <불안이 많은 아이> 등의 육아서를 썼으며 ‘그로잉맘’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기고 및 방송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저는 대학원에서 아동발달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사 및 놀이치료사, 부모교육 전문가로 현장에서 일을 해 왔으며, 현재는 11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 최근 <불안이 많은 아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책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아이들이 가진 각기 다른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질육아에 대해 꾸준히 강의하면서 부모님들이 자기 자신과 자녀의 특성을 알고 아이의 행동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가르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한 <불안이 많은 아이>는 새로운 자극이나 환경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많아 무언가를 시작하기 어려워하고 긴장이 높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고민에 집중해 어떻게 아이가 극복하도록 돕고 훈육·학습·놀이·사회성 등에 적절한 접근을 할 수 있을지 다룬 육아서입니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님들과 수업하면서 자주 답변드린 내용, 제 아이를 키우며 적용했던 내용을 종합해 현실육아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기획해보았습니다.

 

▲ 이다랑 대표가 최근 출간한 책 <불안이 많은 아이>

 

- 책에서 다루는 불안이 많은 아이는 어떤 아이들인가요? 우리 아이가 그렇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어느 정도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기질적으로 위험회피 특성을 많이 가진 아이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거나, ‘만약에’라는 생각을 자주 하며 불안함을 호소합니다. 변화가 발생하거나 예상할 수 없는 환경을 마주하면 두려움을 느껴 피하려고 하거나 행동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요. 낯선 사람에 대한 긴장이 높아 지나치게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공감하고 기다려주려고 하지만 답답하게 느껴지거나, 어떻게 해야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아이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기질검사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관찰만으로도 부모님들이 파악할 수 있는 아이의 특성입니다.

 

- 불안이 많은 아이를 양육할 때 부모는 어떤 걸 가장 고려하고 주의해야 할지도 궁금합니다.

 

대다수의 부모님들이 아이의 불안과 두려움을 공감하고 기다리는 것에서 갈등합니다.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이를 이렇게 수용하다가 더 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언제쯤 성장이 가능한지 답답하고 초조해지는 것이지요. 우리는 아이의 불안에 왜 공감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아이에게 맞춰주며 역성을 들어주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가 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생각’을 조정하도록 효과적인 전략을 주기 위해서이지요. 많은 부모님이 수용과 전략 중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연습해서 균형을 맞춘다면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내재화됩니다.

 

▲ 이 대표는 아이가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해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갖춰진다면 강점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사진=그로잉맘]

 

▲ 이다랑 대표의 강연에 많은 부모가 참여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사진=그로잉맘]

 

- 불안이 많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육아가 더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텐데 이런 분들은 자녀를 양육할 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가 불안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아이의 불안을 보는 것이 너무 화나고 힘듭니다. 너무 보기 싫은 모습을 아이에게서 발견하니 괴롭고 더 초조해지지요. 공감하고 노력해도 아이는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화도 납니다. 부모가 불안과 두려움이 많다면, 아이와의 관계는 잠시 미뤄두고 부모 자신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나는 주로 무엇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지, 그런 감정이 닥치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예: 화를 낸다 / 자료를 찾는다 / 운다 등) 그래야 해당 상황에 대한 나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에게 적용하듯 자기 자신에게도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을 만드는 생각이 무엇인지 질문해 보면 좋습니다. ‘나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는 걸까?’ ‘나는 어떤 생각이 들어서 두려운걸까?’라고 생각을 파악하고 그 생각이 정말 타당한지,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 불안이 많은 아이의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이가 어릴 때는 강점보다는 취약점이 더 많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해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갖춰진다면 강점이 정말 많습니다. 불안이 많은 아이는 규칙을 잘 지키고, 꼼꼼하게 준비하며 대처합니다. 또한 완벽한 몰두와 섬세함을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지요. <불안이 많은 아이>에서도 BTS의 RM이나 봉준호 감독의 예시를 통해 불안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측면에 대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 대표님도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경력 단절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꿈에 그리던 회사 입사도 포기하고 프리랜서 상담사로 일하기로 결심하셨고 인스타그램에 육아 상담 글을 꾸준히 올리면서 엄마들과 소통을 시작하며 창업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제가 다닐 회사가 마땅치 않아서 회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당시 스타트업이 막 태동해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이나 투자 시장도 좋았던 편이라 생각을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오프라인 강의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만들고 주로 경력보유 여성을 채용해 운영하다 2020년부터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육아를 많이 담당하는 아빠 팀원들과 미혼인 주니어 팀원들도 많아졌지요. 쉽진 않았지만 가정과 일이 공존하는 그로잉맘만의 조직문화를 만들고 많은 경력보유 여성을 채용할 수 있었기에 제 인생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회사 창업 과정에서 또 이후에도 어려운 일이 많을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양육하는 부모 팀원들과 일반 미혼 팀원들이 공존하는 조직문화, 회사가 커지고 부서가 다양해지면서 리모트 근무로도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투명하게 되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팀원과의 밀접한 1on1 미팅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 직원의 퇴사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가 이 회사의 가치와 목적, 그리고 변화지점을 투명하게 직원들과 잘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 대표님이 운영하는 그로잉맘은 부모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상담을 소개해 주십시오. 또 부모가 이를 통해 어떤 걸 얻을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그로잉맘의 대표 서비스는 기질분석입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까지 온 가족의 기질특성을 분석하고 상담 및 임상전문가가 직접 작성, 감수하는 패밀리보고서 상품이지요. 누적 가입자가 8만여 명 정도 되고 1만 가족 이상이 전체 가족구성원 올인원 패키지를 진행했습니다. 센터 가는 번거로움 없이 정식기질검사로 서로를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오프라인 상담까지 잘 이어지도록 돕는 것은 그로잉맘이 온라인 서비스로서 가진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로잉맘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로잉맘은 작년 6월, 돌봄매칭서비스 ㈜자란다로 M&A됐습니다. 단순 검사, 분석 서비스 시장에서 확장돼 돌봄과 교육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에게 그로잉맘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현재 서비스 합병 과정을 거치고 있고, 자란다에서는 바쁜 부모님들을 대신해 잘 교육·관리된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데이터 기반으로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로잉맘이 부모를 위한 서비스라기보다는 미래사회의 주인이 될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둘러싼 모든 성인(부모, 교사, 돌봄교사, 사회 등)이 더 좋은 대상이 되도록 하고 싶어요.

 

 - 결혼과 육아로 인해 많은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고 있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은 경력보유 여성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육아로 인해 ‘단절’ 이 된다는 개념이 바뀌는 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전업과 워킹맘 사이를 수없이 반복하며 아이를 키웠는데요, 사실 부모로서의 시간도 저에게 성장을 준 부분이 많았습니다. 단절보다는 다른 인식이 확장되어야 우리가 설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질 것 같아요. 또한 일을 시작하는 것이 꼭 돈을 벌고 풀타임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망설일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아이는 어떻게 하나, 그 돈 벌어 감당이 되나 싶거든요. 그 부분이 부담된다면 돈을 버는 풀타임 일이 아니더라도 육아가 아닌 뭐라도 하는 어떤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저 역시 별것 안 하더라도 일주일에 하루 1-2시간 정도는 그냥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비우고 읽거나 쓰거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 육아가 힘든 부모가 참 많습니다. 아이로 인해 행복감도 얻지만 가끔은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기분도 듭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져 힘든 부모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육아로 인해 나를 잃었다는 느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애초에 잃어버릴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하고 출산하기 전 나에 대해 충분히 성찰하고 이해한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부모가 된 후, ‘아 나는 정말 이런 걸 싫어하는구나’ ‘나가서 무언가를 하지 못해 답답하구나’ 등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분이 많습니다. 또 이제야 비로소 다시 출발선에 서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무엇을 해볼까?’라는 고민을 갖게 되기도 하고요. 육아는 나를 잃고 포기하는 과정보다는 아이를 통해 비로소 나를 비추어 보고 발견하는 시간에 가깝지 않을까요. 저 역시 그랬고요.

 

- 맘스커리어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모로 살아가는 삶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사는 삶이자 성장하는 삶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는 내가 아니라 내가 맡은 역할입니다. 부모로서 사는 삶뿐만 아니라 그냥 내 삶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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