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경력보유여성들의 도약 위한 발판으로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 2024-09-09 09:40:04

핵심경제활동 인력인 30~40대, 1년 이상 비경제활동 인구의 90% 여성
“더 많은 경력보유여성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길”
▲인천도시재생축제 플리마켓에 참여한 정약용컴퍼니 박보민 대표./출처=정약용컴퍼니(주)블로그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에서 퇴사한 뒤 경제활동을 중단했던 경력보유여성들이 제 2의 인생을 위한 발판으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다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나도 다시 사회에 나올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어려웠지만,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많이 배웠다”며 “나와 같은 경력단절여성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활동하길 추천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단녀 73.7%, 재취업 희망

여성들은 학력, 경력과는 상관없이 임신·출산·육아 등 환경의 변화로 경제활동을 멈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이 2022년 발표한 ‘최근 여성 고용 동향 및 개선과제’를 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인구의 60.5%가 여성으로 나타났고, 특히 핵심 경제활동 연령인 30대~40대의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인구는 90%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인구수 기준 30~40대 여성의 1/4 정도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 중에는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일 양천구에서 경력단절여성 10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를 보면 73.7%가 취업을 희망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2022년 발표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 중 절반가량이 경력단절을 경험한 적 있었는데, 만 25세~54세 여성 8500명 중 42.6%의 여성들이 결혼·임신·출산·양육·가족돌봄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단녀의 새로운 도약, ‘사회적경제’에서

이처럼 오랜 시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다시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활로로 사회적경제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에서 제로웨이스트상점 ‘지구별수호대’를 운영하고, 다양한 환경체험교육을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정약용컴퍼니(주) 박보민 대표와, 충남 홍성의 예술가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콩콩콩종합예술협동조합 이주훈 이사(전 이사장) 역시 수 년간 결혼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경험하다가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기계설계 분야의 일을 하다가 7년간 일을 쉬었다는 박보민 정약용컴퍼니 대표는 ‘육아를 하면서도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성가족재단에서 진행한 창업교육을 들으면서 경력단절여성들이 창업을 통해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사례를 듣고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아이템은 가사관리서비스. 직접 육아를 하며 이용했던 가사관리서비스의 불편한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반영해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했다. 가사관리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면서 청소 등을 할 때 사용하는 화학세제 대신 천연재료를 활용해 만든 세제를 직접 개발해 사용했고. 이제는 환경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보민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경력단절여성들을 고용해 계속 함께 일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직원의 절반 이상이 경력단절여성”이라고 했다. 그는 “일 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줬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힘들지만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과 일하면서 엄청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콩콩콩종합예술협동조합 이주훈 이사(전 이사장)도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3년간 일을 쉬었다. 다른 지역에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홍성에 자리 잡았다는 그는, 개인으로 금속공예 공방을 운영하다가 주변의 다양한 공방을 운영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주훈 이사는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나 역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공방을 시작했다”면서 “우리 콩콩콩협동조합의 대부분의 조합원들도 일을 쉬다가 시작한 분들이다. 물론 결혼을 안 한 분들도 있다. 여성, 경력단절여성, 경력단절이 될 수도 있는 여성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콩콩콩협동조합은 가죽공예, 금속공예, 패브릭, 식물 등 8개의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여 운영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사비로 만든 공유공간에서 수업을 하거나, 협업을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단녀의 사회적경제 진출 추천하냐고요? 대답은 ‘Yes’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박보민 대표와 이주훈 이사에게 “비슷한 상황에 있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사회적경제에서 일할 것을 추천하는지” 물었다. 두 사람은 모두 “추천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보민 대표는 “나는 예전에 작은 개인 사업을 했었는데, 그때 정말 치열하게만 살았다. 그런데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분들이다”라며 “사회적경제는 일반적으로 운영하는 사업과는 전혀 다르기에 경력단절여성들에게 ‘한번 도전해 볼만 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주훈 이사는 “협동조합 특성상 많은 일들이 있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함께 서로 도우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보다 더 힘들다. 사실 이렇게 힘들지 모르고 서로 잘해보자는 생각으로만 시작했다(웃음)”면서 “그런데 협동조합을 하지 않고, 혼자 공방을 운영했었어도 힘들었을 거다. 혼자 하면 금방 그만뒀을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하면서 서로 힘이 돼주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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