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유괴 불안 확산돼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5-10-24 11:10:52
부모·학교·지자체가 함께 만드는 안전망 강화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9월,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급식실 직원이 홀로 하교하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어디 사니?” “같이 가자”라고 말을 건넸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아이의 엄마가 유괴 시도로 오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를 걱정한 말이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공포였다. 이처럼 오해가 생겨날 만큼, 최근 아동 유괴에 대한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 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유괴 사건은 총 108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21년 193건, 2022년 222건, 2023년 260건, 2024년 236건, 2025년(8월 말 기준) 173건으로, 매년 200건 안팎의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의 약 75%가 12세 이하 아동으로, △6세 이하 25.1% △12세 이하 49.8% △15세 이하 13.4% △20세 이하 9.4%였다. 나이가 어릴수록 유괴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112지역경찰교육센터장은 서울육아종합지원센터에 기고한 글에서 “유괴를 막는 가장 완벽한 도구는 부모”라고 강조했다. 부모가 아이 곁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유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센터장은 “유괴는 대부분 집 주변에서 발생하며, 물리적 폭력보다 ‘속임수’로 접근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어린이유괴예방기구 통계에 따르면 아동 유괴에 걸리는 시간은 단 35초”라며 부모와 아이의 물리적 거리가 유괴 예방의 결정적 변수라고 강조했다.
아이에게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가르칠 것을 권했다. 첫째,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는다. 둘째, 부모의 차가 아닌 차에는 타지 않는다. 셋째, 누가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는 이 세 가지를 일상 속에서 역할극처럼 연습해 볼 것을 조언했다.
이 같은 유괴 불안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BGF리테일과 ‘학생 유괴 예방 및 등하굣길 안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서울 지역 2900여 개 CU 편의점이 아동안전지킴이 공간으로 강화된다. 위기 상황에서 아동이 CU에 도움을 요청하면, POS 긴급신고·아이CU 시스템을 통해 경찰에 신속히 연계된다. 2017년 도입된 ‘아이CU’는 지금까지 200건 이상의 아동 보호 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BGF리테일은 “직원 교육과 매뉴얼을 통해 전국 24시간 점포망을 활용한 아동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22일 청주 수곡초등학교에서 전교생 410명을 대상으로 ‘유괴 예방 3·3·3 수칙’(3초 생각하기, 3m 거리두기, 3곳 이상 알리기)을 중심으로 아동 대상 유괴 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등·하교길이나 놀이 중 낯선 사람의 접근에 어떻게 대응하고 신고해야 하는지를 배우며 위기 대처 능력을 높였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 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양육자와 예비부모를 대상으로 ‘우리 아이 안전지키기’ 실종·유괴 예방 온라인 교육을 진행했다. 이혜미 수원장안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강사로 참여해 △실종·유괴 예방 요령 △위기 대응법 △자녀와의 안전한 약속 만들기 등 가정에서 실천 가능한 안전 교육법을 안내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안전장비 보급에 나섰다. 울산 울주군은 울주경찰서와 협력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4560명에게 호신용 경보기를 배부한다. 해당 경보기는 가방이나 휴대폰에 부착할 수 있으며, 위급 시 고리를 당기면 90dB의 경보음이 울려 즉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잠깐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의 안전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유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눈을 크게 뜨는 것이다. 양육자와 이웃, 학교, 기업, 지자체가 세심하게 지켜본다면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 저출생 시대,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 걱정 없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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