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보내는데 정답이 있나요"...자신만의 방식으로 명절을 쇠는 사람들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5-01-28 06:00:38

설 차례·가족 여행·단기 알바 등 명절을 보내는 모습 다양해져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올해 설 명절은 엿새간의 황금연휴다. 국민의 휴식 지원 및 내수 회복을 위해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25일 토요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30일까지 쭉 이어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인 금요일에 연차를 내면 2월 2일까지 최장 9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설 명절을 잘 보내는 방법에 정답이 있을까. 차례를 지내든, 여행을 떠나든,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내든,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설 명절을 쇠며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긴 연휴를 보내는 방식은 집집마다 다르다. 육아맘 A씨 가족은 설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설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함께 먹는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은 세배를 하고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어른들이 훈훈한 덕담을 건네는 일도 필수 코스다.

문제는 차례상이다. 요즘은 상차림이 많이 간소화됐다고 하지만 식구가 많다 보니 막상 장을 보려고 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평균 20만3349원으로 전년 대비 3.9% 상승했다. 업태별로는 전통시장이 18만8239원, 대형마트가 21만8446원으로 전통시장이 13.8% 저렴했다. 손을 덜기 위해 차례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서비스도 많이 이용하는 추세다. 호텔에서도 셰프가 직접 조리한 명절 음식을 미리 예약하고 픽업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A씨는 "차례상을 준비하고, 차리고, 치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일가친척이 모여 함께 밥을 먹는 시간 자체가 귀하고 자주 보지 못하는 가족들도 많기 때문에 오랜만에 식구들의 목소리로 집이 떠들썩해지는 모습을 보면 '이런 게 진정한 명절의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사실 가족 여행은 설 연휴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설날만큼은 아이들에게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나 명절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육아맘 B씨 가족은 모처럼 만의 긴 연휴를 활용해 여행을 떠난다. B씨는 "저희는 코로나 이후 차례를 지내지 않게 되면서 마음이 맞는 가족들과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며 "사실 부모가 모두 직장인이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으면 평상시에 여행을 다니기가 어려워 비싸더라도 황금연휴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도 으레 명절이 오면 이번에는 어디로 여행을 가냐고 묻는다. 요새는 가족들과 일상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 또한 명절을 의미 있게 보내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B씨 가족처럼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대신 함께 여행을 가는 가족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명절에 조상 덕 본 사람들은 다 해외로 나가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실제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국내외 여행 예약률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대비 올해 설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73.15% 증가했으며 여기어때는 올해 설 연휴 국내 숙소와 해외 숙소의 체크인 건수가 지난해 대비 각각 80%와 1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휴가 긴 탓에 베트남·일본·중국 등 단거리 여행뿐 아니라 서유럽·호주 등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많다. 하나투어의 설 연휴 예약 동향에 따르면 24~27일에는 △베트남(24%) △일본(17%) △유럽(11%) 등의 예약이, 28~30일에는 △일본(28%) △베트남(25%) △중국(8%) 등의 예약이 많았다. 출발일별 예약 비중은 △25일(19%) △26일(18%) △24일(14%)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혼자 명절을 보내는 '혼명족'도 있다. 이들은 통행량이 많고 복잡한 연휴에 굳이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집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편의점 업계는 매년 혼명족을 겨냥한 설날 도시락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GS25는 궁중요리인 구절판을 콘셉트로 한 '혜자로운 설 명절 도시락'을 출시했다. 불고기·너비아니·모둠전·3색 나물 등 설날 대표 음식 6종과 전복톳밥· 흑미밥·김치볶음밥 등 밥 메뉴를 3종까지 늘린 구성이다.

혼명족 중 일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설 연휴를 보내기도 한다. 알바천국의 설문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의 66.5%가 설 연휴에도 근무를 한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는 △연휴 중 스케줄 조절이 어려워서(36.2%) △연휴 동안 계획이 없어서(28.3%) △용돈을 벌기 위해(21.9%)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연휴 기간 새로운 단기 알바를 구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알바천국은 이들을 위해 '설날 알바 채용관'을 마련했다. 채용관은 △백화점·마트 △판촉도우미 △택배·배달 △매장 관리·판매 △생산직 등 5개 카테고리로 구성됐으며 31일까지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

설 명절을 잘 보내는 방법에 정답이 있을까. 차례를 지내든, 여행을 떠나든,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내든,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설 명절을 쇠며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보내는 따뜻한 시간, 누군가에게는 재충전의 쉼표, 또 다른 이에게는 생계의 틈을 메우는 소중한 기회일 수 있는 기간이 바로 설 연휴다. 중요한 건 정해진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처한 삶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명절을 긍정적으로 보내려는 마음이 아닐까.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도 설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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