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산율 '심각'한 수준…외신도 주목한 저출산 원인은?

최영하 기자

yhchoi@momscareer.co.kr | 2022-09-16 09:51:19

학원비·집값·경력단절·가사부담 등이 큰 원인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한국의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출산율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흔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엄중한 사안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주된 요인으로 주거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여러 사회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일과 양육 사이의 경력단절, 가사 부담, 경제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산율을 국가적 재난으로 간주하고, 현금 보조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이 낮은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수준의 대책만으로는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 여려 울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꼴찌인 첫 번째 이유로 비싼 값의 학원비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한국 부모는 자녀의 미래에 투자하는 비용이 상당한데, 지출의 대부분은 입시를 위한 학원으로 들어갔다"며 "일본 국립인구사회보장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한 가정이 자녀를 대학 졸업까지 마치게 하려면 6년 치 평균 연봉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지난 4월 발행한 '보통 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를 근거로 인용해 한국 가정에서 중·고등학생 자녀 1인의 교육비로 지난해 1년간 약 6000달러(837만 원)을 지출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학원비로 들어갔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집값 급등도 출산율 저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목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한국 통계청과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서울 평균 집값은 18년 치 평균 연봉에 달하는데, 이는 10년 전 10년 치 연봉에서 급등한 추산치다.

 

블룸버그는 "한국 청년들은 작은 집 하나를 마련하려면 큰 대출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수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집값 폭등으로 이어져 출산율 하락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제적 요인 외에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도 짚었다. 

 

블룸버그는 "한국 여성은 일과 양육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평가하며 "25~39세 한국 여성의 경력단절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데, 아마도 자녀 양육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4.4배 더 많은 시간을  비급여 활동인 집안일과 장보기 등에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OECD 국가 중 일본과 터키에 이어 세 번째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육아하는 부모가 가족, 친구, 지역사회 등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도 제한적이라면서 OECD 41개국 가운데 한국은 '사회적 지지' 부문에서 38위였다고 지적했다.

 

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도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 정부가 기업이 출산 부모에게 휴가를 장려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처벌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직장에서 차별이나 보복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한국 부모들이 육아휴직을 꺼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이 밖에도 △70%에 불과한 대기업 직장어린이집 설립 비율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복귀 애로 △성별 임금 격차 △남녀 갈등 △혼인 감소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선진국 중 가장 긴 군 복무 기간도 초저출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 역시 지난달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집중 조명하며, 한국 사회에 위기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한 한국 여성의 말을 인용해 "한국 여성은 출산 파업 중"이라고 보도한 BBC는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높은 생활비, 집값 급등, 코로나 팬데믹 등을 꼽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또 많은 젊은이가 천문학적인 주거비에 부담을 느껴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 

 

또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의 근본적인 이유로 '기회'의 차별을 언급했다. BBC는 "한국 여성은 여전히 직업을 갖는 것과 가족을 갖는 것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그들은 점점 더 자기 경력을 희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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