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면 놀자판되는 고3 교실...해결 방안은?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4-12-12 11:10:38

등교는 하지만 시간 때우기식 학교생활 이어져
수능 이후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할 방안 찾아야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김씨는 수능 이후 아들의 학교생활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수능을 보고 나서도 매일 등교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뭘 하고 오는 건지 모르겠다"며 "어제는 영화를 보고 오더니 오늘은 놀이공원을 간다고 하고, 다들 노느라 바쁜 분위기다. 수업에 참여할 의지가 없는 애들 데리고 선생님이 수업을 하기도 힘드실 것 같고 아예 면접과 논술, 실기 준비로 결석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니 수능 이후 학교생활에 무언가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인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수업을 하려는 교사도 배우려는 학생들도 없는 기이한 현상 아래 면접과 실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썰물처럼 학교를 빠져나가고 눈앞의 목표를 이룬 학생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교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솟구치는 해방감에 더 이상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 활동이나 필요한 교육을 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결석계와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는 교사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수능 후 찾아오는 교실 공동화(空洞化) 현상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달 5일 김문수 의원실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고3 학생들의 출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0개 일반고에서 고3 학생들의 12월 평균 등교율은 57.3%로 나타났다. 3월에 96.9%를 기록했던 등교율은 10월 88.9%로 하락했다가 수능 이후 대폭 내려앉았다. 심지어 12월 등교율이 8.7%밖에 되지 않는 학교도 있었다.

이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당연한 결과다. 대입의 수시 전형은 재학생의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평가하지 않는다. 정시에서도 3학년 2학기 성적이 들어가는 학교는 많지 않다. 고3 학생들이 2학기에 학교생활에 충실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이에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2학기 교육과정의 대입 반영 및 대입 시기 조정을 교육부에 제안하는 입장문을 지난 2일 발표했다.

정 교육감은 "대학 편의 중심의 입시 일정으로 인해 고3 2학기 교육과정이 원활히 운영되지 않는 문제는 현재 우리 교육계가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며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활동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아 교과 교육 활동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기가 어렵고 논술, 면접, 실기 준비 등으로 조퇴 및 결석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또한 수능 이후에는 교외체험학습 신청자가 급증하여 교실 공동화 현상으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교육감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출결 및 내신 성적을 대입에 반영해 학생들의 교과 교육 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수시와 정시의 모집 시기를 통합한 대입 전형을 3학년 2학기 후반부에 시행해 대학 입시에 고등학교 3년간의 교육 활동 내용을 온전히 반영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12월 시행을 적극 논의해 학년말 공백기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의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불가능한 걸까. 몇 가지 진로·체험 활동으로 졸업식까지 남은 기나긴 학사일정을 채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교실 공동화를 막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하겠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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