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희의 잔소리'를 시작하며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heeobgy@schmc.ac.kr | 2024-12-17 10:00:35
내 외할머니는 신여성으로 많이 배운 분이라 자식을 한 명 한 명을 개성 있게 키웠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자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나는 그런 할머니의 첫 손주였다. 젊은 나이에 본 손녀라 늦둥이 막내처럼 나를 대했다. 어릴 적엔 잔소리가 귀찮았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잔소리를 자주 하는 사람에 속했다. 내 아이들에게도, 주변에도 잔소리가 많았다. 교수· 의사라는 직업이 남들보다 잔소리를 더욱 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최소한의 말만 하게 됐고 이야기할 때 조심하는 습관을 지니며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됐다.
주변에서 ‘꼰대’라든지 ‘라떼라는 말 그만하라’라는 식으로 눈빛을 보내고 몸짓을 하는 것을 보고 내 말은 좋은 의도인데 잔소리를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공격의 무기가 되는 걸 느끼니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더 나아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대화하기가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말로서 문제가 되는 것을 보았다. 맞다. 말이 상처를 주고 세 치 혀가 사람을 아프게 하며 칼보다 말이 평생의 상처가 된다. 하나 모든 말을 잔소리에 필요 없는 말로 치부해 버리는 건 아닐까? 과거 대가족이 한집에 살 적엔 아이를 키우며 듣는 잔소리가 우리에게 상처를 주긴 했지만 도움이 된 것이 기억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작은 사회를 겪으면서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은 어른의 말이 논리적이진 않았으나 사자성어와 속담의 형태가 될 만큼 중요한 지혜가 아니었을까?
말에도 종류가 있고 감정이 담겨 있으며 여러 형태가 있다. 요즘은 꼰대의 말, 라떼의 말, 명예훼손의 말이라는 무서운 단어로 서로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은 CHat GPT부터 인터넷 검색까지 모든 것을 손가락만 잘 이용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데 단순한 지식의 열거가 다는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나의 글을 좋은 잔소리로 보는 독자가 있을 것 같아 ‘잔소리’로 칼럼 제목을 정했다. 나쁜 의도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글을 쓰려고 하니 편하게 읽었으면 한다. 내가 경험한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 이 글을 보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하나 나 역시 꼭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글을 읽고 하나의 의견으로 여기길 바란다.
맘스커리어 /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heeobgy@schm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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