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기자] 다문화가정의 '학습지도' 어려움
황세연 다문화
hsy279518@gmail.com | 2022-07-22 09:44:39
[맘스커리어=황세연 다문화 기자] 한국에서 15년 이상 거주하는 결혼이민자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그들의 자녀도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청소년의 비율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는 43.9%로, 2018년 대비 8.3%p 증가했다.
1세대 결혼이주민들이 초기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정착 문제는 비교적 해결이 됐으나, 그들의 자녀들이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자녀 학습지도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6세 이상 자녀 양육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습 지도’가 50.4%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진로정보 부족’이 37.6%로 그 뒤를 이었다.
자녀교육에서는 대게 엄마의 역할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의 경우 여성의 외국인 비율이 높고, 이들의 한국어 능력 부족 및 한국 학제 경험, 관련 정보 부족으로 학습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교육 정보 역량이 중요한데, 결혼이주민이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녀에게 적합한 형식으로 교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혼이주민은 보통 생활언어 중심으로 한국어를 학습했기 때문에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교육과 같은 전문 용어를 다루는 내용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숙자 여가부 가족정책관은 "교육 부문은 부모의 역할과 관심이 중요한데 다문화 가구의 경우 한국 학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언어소통도 어려워 학습지도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가 능숙하고 본국에서 대학교를 나온 결혼이주여성 쓰앤 씨는 “고등학생, 중학생 자녀가 있다. 그러나 학업의 용어가 달라 번역해 지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수학일 경우 기호가 달라서 헷갈릴 때도 많고 문제 푸는 방법도 달라서 자녀가 헷갈려 한다”고 애로사항을 언급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닌 결혼이주여성 하이령 씨도 “자녀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업 지도는 꿈도 꾸기 힘들어졌다”며 “대학과정과 많이 다르기도 하고 과목 자체도 차이가 있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결혼이주여성 위리 씨는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을 하면서 고민이 생겼는데, 초등학생일 때에는 자녀가 적응을 잘하고 학업에도 큰 어려움이 없어서 학원을 보내지 않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학원을 보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의 여느 부모들과 다를 바 없이, 결혼이주민들도 자녀 교육과 학습 지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학제 경험 부족 △교육 정보 부족 △정보 이해 부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제4차 다문화 가족정책기본계획(2023~2028) 수립 시 학령기 자녀 맞춤형 교육·돌봄 체계를 담을 예정이며, 가족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업·진로 상담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다문화 가족 자녀가 차별받지 않고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정과제로 '다문화 가족 자녀 맞춤형 지원체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적극 발굴해 현재 수립 중인 4차 다문화 가족정책 기본계획에 충실히 담아낼 것"이라고 전했다.
결혼이주여성의 초기 정착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자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는 일반 가정 내 아이들과 큰 차이 없이 양육을 할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에 진학 후에는 학업이나 진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다문화가정의 장점을 살려 자녀들의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이나 직업 선택에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은 정보력에서 이미 뒤떨어지기에 부모에 대한 학제 이해나 다문화 가족 자녀에 맞는 입시 상담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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