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톡] 언제쯤이면 우리 아이도 '수면 독립' 할 수 있을까요?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4-02-06 09:40:33

한국 부모들, 대부분 초등학교 입학 이후 수면 독립 시켜
수면 독립 시기는 가정 내 환경과 부모의 양육관 따라 결정할 일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육아맘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과 아직도 안방에서 함께 잔다. 아이가 어릴 때 분리 수면을 몇 차례 시도해 봤지만 분리 수면은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아이의 밤중 울음을 애써 무시해 봐도, 규칙적인 수면 의식을 만들어 봐도, 아이 방을 꾸며주고 원하던 침대를 사줘도 아이의 수면 독립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김씨는 "이미 열 살인데 이제 와서 억지로 분리 수면을 시도하거나 강요할 생각은 없다"며 "아이와 함께 자느라 수면의 질이 낮은 건 맞지만 아이가 아직 엄마와 같이 자고 싶어 하는 만큼 혼자 자겠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 보려 한다"고 전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수면 독립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아이랑 분리 수면 어떻게 성공하셨어요?", "아이랑 언제부터 따로 자면 좋을까요?" 등의 질문은 지역 맘카페에도 수시로 올라오는 단골 질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각자의 방에서 따로 자는 시기는 가정마다 모두 다르다. 어떤 가정은 안방에 큰 패밀리 침대를 놓고 초등학생인 아이들과 부모가 모두 함께 자기도 하고, 어떤 가정은 영유아 시기 때부터 아이와 자는 방을 분리해 생활하는 집들도 있다.

헬스뉴스닷컴이 지난 2022년 광진구 소재 초등학생 부모 200명을 대상으로 아이의 수면 독립 시기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4%가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혼자 자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초등학교 3~4학년(26.5%) △중학생(11.4%) △초등학교 고학년(10.3%) △유치원생(10.3%) △영아기(3.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 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혼자 자기 시작한다. 아기 때부터 분리 수면을 시작하는 가정은 드물다.
 
한편 미국 등 외국에서는 아기 때부터 부모와 따로 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소아과 의사들도 생후 12개월 이전의 분리 수면을 권고한다. 

과거 할리우드 배우 알리시아 실버스톤은 엘렌 피셔 팟캐스트를 통해 11세 아들과 함께 잔다는 사실을 밝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일부 전문가와 대중들은 "아이가 어떻게 독립하는 법을 배우겠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인데 말이다.

유난히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의 수면 독립에 관대한 경향을 보인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녀와 따로 자고 싶어 하면서도 '어린 자녀를 밤새 혼자 재우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불안감과 울음소리가 들리면 즉각 안아 달래주고 싶은 보호 본능 때문에 수면 독립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부모도, 수면 독립을 아예 시도하지 않는 부모들도 더러 있다. 게다가 언젠가는 자녀가 먼저 따로 자고 싶다고 말할 시기가 올 것을 알기에 그전까지 오히려 아이와 같이 자고 싶어 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렇다면 자녀의 수면 독립은 언제, 어떻게 시키는 것이 좋을까? 보통은 신생아 때부터 수면 교육을 시작하고, 첫돌까지 수면 분리를 못한 경우에는 만 5세 이후에 천천히 시키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녀의 수면 독립에 정해진 시기는 딱히 없다고 말한다. 가정 내의 환경과 아이의 기질에 따라 분리 수면 시기와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화영 심리상담 전문가는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의 온라인 상담을 통해 "아기 때 엄마와 떨어져 잘 자던 아이도 갑자기 혼자 자는 것을 힘들어할 수 있다"며 "이럴 때 분리 수면을 지속해야 되는지 중단해야 되는지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가정의 문화와 부모의 양육관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힘들어해도 분리 수면을 계속 진행할 경우 아이는 분리 수면에 적응할 수도 있지만 불안감이 쌓여 낮 동안 양육자에게 더 달라붙는 행동을 보일 수 있고 분리 수면을 중단하면 아이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겠지만 부모와 같이 자는 습관은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 수면은 아이의 독립성과 자기 주도성을 키우고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높은 수면의 질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이가 어둠을 무서워하고 혼자 자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한다면 분리 수면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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