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교육] 학생이 존중받는 교실 속 교사의 인권은 어디로?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3-07-28 11:10:26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에 시달리는 교사들
교사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 마련해 줘야
교사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 마련해 줘야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우리 아이 숙제 안 해갔다고 남기지 마세요. 아이 자존심도 다치고 학원 시간 늦습니다"
"작년에 비해서 수업이 재미있지 않고 선생님이 안 무서우셔서 아이가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몸에도 안 좋은 과자파티는 왜 하나요?"
"옆 반은 과자파티도 하고 컵라면 파티도 하던데 우리 반은 왜 아무것도 안 하나요?"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흔히 받는 민원들을 모아 지역 맘카페에 게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는 아이 깨워 혼냈다', '받아쓰기 시험 때문에 아이가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급 사진에 우리 아이 표정만 어둡게 나왔다' 등등 학부모들의 도를 넘는 민원에 교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글을 작성한 교사 A씨는 "초등학교의 업무는 민원으로 시작해서 민원으로 끝난다"며 "사명감과 열정 넘치던 교사들도 각종 민원에 시달리면서 점차 기본만 하자는 주의로 변해가고 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원이 교사의 사기를 꺾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진정 모르는 걸까.
교사들의 고충은 악성 민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학생이 교사를 위협하고 폭행하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3학년 학생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해 흉부 타박상 등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고 양천구에서는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고 전학 처분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에서는 5학년 학생이 생활 지도를 받던 중 교사에게 폭언을 하며 변기 뚜껑을 들고 와 대치하는 일도 있었다.
엄연한 교사의 생활 지도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친구와의 싸움을 말리려 학생의 팔을 강하게 붙잡은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한 사례,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오라는 지시에 아이가 힘들어했다며 신고한 사례 등 여기저기서 억울한 교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은 사례는 1252건에 달하며 이중 676건(53.9%)이 무혐의 종결이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교사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나락으로 떨어지던 중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18일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새내기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사인은 학교폭력과 관련한 악성 민원으로 추정되며 현재 교육당국의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어린 교사의 죽음에 많은 시민들이 애도를 표했고 교사들은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표출했다. 교사들은 지난 22일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진상 규명 촉구 집회를 열고 교권 정상화를 요구했으며 오는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강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당정은 26일 교권 보호 및 회복 방안을 주제로 당정 협의회를 개최해 학생인권조례 개정 방안과 교권 침해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 악성 민원 방지책,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권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권 확립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8월까지 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과 악성 민원 대응책을 포함한 교권 보호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의 공포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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