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충암고 재학생에게 불똥... ”40년 전 졸업생... 우리와 무관해“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4-12-11 13:10:07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계엄령 선언에 이어 오후 11시엔 계엄 포고령이 발포됐다. 이후 국회엔 무장한 계엄군이 난입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병력이 동원됐다. 계엄군을 피해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모여들었고 다음 날 오전 1시, ‘계엄 해제 결의안’이 상정돼 가결됐다. 계엄군은 철수했고 오전 4시,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담화를 발표하면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정치권이 탄핵 정국에 돌입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이번 비상계엄과 연루된 관계자가 충암고등학교 출신인 사실이 밝혀지며 비난의 화살이 충암고 재학생에게 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애꿎은 학생·교직원은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윤찬 충암고등학교 교장이 비상계엄과 관련한 교육위 현안질의에 출석해 한 말에 따르면 계엄 이후 일부 성난 시민이 충암고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계엄 이후 이틀 사이 백 통이 넘는 항의 전화가 걸려 왔고, 학생에겐 교명을 ‘계엄고’로 바꾸라는 놀림이, 교사에겐 학생을 잘못 가르쳤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학교는 학생의 안전을 위해 내년 2월까지 교복 대신 등교 복장을 자율화할 것을 학부모에게 알린 상태다, 또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위해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교장은 회의에서 “성난 마음은 이해한다”라면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 달라”라고 간곡하게 전했다. jt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시민이 지나가는 충암고 학생에게 “충암은 원래 그랬어”라는 말을 한다거나 통학 버스를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차를 두드리기까지 했다고.
교육 및 학부모 단체 12곳이 참여한 '탄핵을 촉구하는 학부모 단체'에서는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충암고등학교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혐오를 멈출 것을 당부했다. “아무 관련 없는 학생에게 상처를 주어선 안 된다”라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 중 민주시민의 기본 자질인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놓쳐선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충암고등학교 공식 SNS엔 ‘충암고등학교 학생회 공식 입장’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회는 “이번 사태에 시민의 분노는 학생회에서도 백번 공감한다”라면서도 “대통령 및 논란의 인물은 충암고를 졸업한 지 40년이나 지난 졸업생으로 재학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항변했다. 이어 학생회 측은 “부디 충암고와 재학생을 함께 비난하는 일은 멈추시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12월 3일 밤 우리 모두 불안에 떨었다. 이건 충암고 재학생과 교직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12·3 사태를 일으킨 것은 그들의 선배들이며 이미 40년 전에 졸업했다. 이를 빌미로 고교 재학생에게 폭언하거나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매우 지나친 감이 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사람은 정작 따로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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